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두 번째 이야기 -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
이승민.강안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컴퓨터와 핸드폰이 없던 어린 시절, 나는 무얼 하고 놀았을까. 역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제외하면 책과 TV, 그리고 가끔씩 비디오를 빌려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한 편에 2,000원씩 주고 빌려봐야 했던 영화도 부담스러워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제가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인어공주>였습니다. 동네에 아담한 극장이 있었는데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 상영 간판을 보고 부모님을 졸랐던 게 기억납니다. 맨 앞줄에서 대형 화면에 시선을 두고 눈을 떼지 못했던 그 기억이 여전히 제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요. 한 장면 한 장면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때 내가 얼마나 흥분했었는 지, 얼마나 즐거웠는 지 같은 감정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요즘은 청소년들의 눈을 빼앗는 것이 많습니다. 컴퓨터 게임, 인터넷, 핸드폰.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할 것이 너무 많고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학원다니기를 강요(?) 받아온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자란 후 '제발 책 좀 읽어라' 라고 말한들 소용이 있을까요? 물론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니 성인이 된 후 책에 빠지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뭔가 전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책을 통해 전달하는 데 한계를 느낄 때 가장 유용한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동을 받고 주위를 좀 더 둘러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면서 우리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공부만큼, 어쩌면 공부보다 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모두 77편의 영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부제인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에 알맞게 <나는 나를 알고 있는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모두가 만족하는 변화는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익숙한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진정으로 살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라는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가 본 영화도 있고, 안 본 영화들도 있네요. 조금은 오래되서 지금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흥미를 잃을 것 같은 영화들도 몇 편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무엇을 꼭 느껴야 한다는 강요없이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다보면 전하고 싶은 내용들이 어느 새 이야기가 되어 아이들의 귓가와 마음 속을 울리게 될 겁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토론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에요. 물론 모든 사항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고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서 너개씩 적혀 있어 저 또한 그 영화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소원해 져 고민 중이신 부모님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뭔가 전달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던 선생님들, 청소년들과 가까이 계신 분들이 이용하시면 좋을 듯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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