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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전 일종의 '성서 파헤치기' '고문서 탐독하기' 등을 다룬 책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부분 살인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과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성의 사랑, 그리고 약간 허무한 결말 등의 구성을 싫어하거든요. 더군다나 성서에 숨겨져있는 내용이나 지구가 멸망하는 지 어쩌는지는 저의 관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답니다. 성서는 해석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것이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그렇게 정해져 있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리뷰에는 저의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는 점을 양해해 주세요. 
1999년이 생각나네요. 그 때 저는 고2였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지구가 멸망할 해라며 시끄러웠던 기억이 나요. 길 위에 나선 광신도들의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거나, 이제 곧 지구가 멸망하니 회개하라거나 하는 말에 어린나이였으나 '훗'하고 콧방귀를 뀌었던 기억도요. 그 때도 지금처럼 '모두 다 멸망한다면 할 수 없지'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말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9가 세 개 겹쳐 있으니 불길한 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숫자 9는 중국에서 가장 좋은 숫자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런 9가 세 개나 모여있던 해니, 누군가에게는 가장 운수 좋은 해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즉, 이를테면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다가올 일은 언젠가 다가온다 그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다빈치 코드] 를 필두로 숱한 '성서 파헤치기' 소설이 발표되었다면, 이제는 어쩌면 이 책 [예언] 처럼 노스트라다무스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2012년 종말론을 두고 여기 저기서 의견이 분분한 때, 노스트라다무스가 지구종말의 때로 예언한 해는 1999년이 아니라 사실은 2012년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고대 마야인의 달력이 2012년까지라나 어쨌다나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진실은 2년 후에나 알게 되겠죠.
노스트라다무스는 100편의 사행시당 1세기씩 다루어 총 10세기를 예언하는 1,000편의 사행시를 썼고, 그 중 942편만이 남아있는데 나머지 58편은 행방불명이며 오늘날까지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행방불명된 58편의 사행시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예언] 입니다. 뭐 사실 이야기는 크게 별다를 것이 없어요. 살인사건, 그로 인한 죽음의 위협과 단서를 좇아 사행시를 찾아내려는 주인공들의 험난한 여정, 악당의 죽음, 결말. 그런 거죠. 재미있었던 건 사행시를 좇는 주인공들의 관계와 그들의 대화였습니다. 사비르와 욜라, 그리고 알렉시의 아웅다웅을 보고 있자면 마치 일곱 여덟 살 먹은 아이들 같은 느낌이 강해서 뒤에 갑자기 진지해진 사비르를 대할 때면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요. 무엇보다 사비르와 욜라가 어처구니없이 맺어지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다만 몇 군데서 등장하는 폭력적인 장면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평생 노스트라다무스 연구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연구 하시고 연구 자료만 발표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소설이 빛날만한 그리 특이한 소재도 아니었고, 탁월한 구성능력도 없었으며, 허술한 결말은 '역시 이런 소설들에서는 이런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건가' 라는 생각만 깊게 만들었거든요. 다만 노스트라다무스에 대한 지식의 방대함은 인정하는 바, 오히려 그 동안 연구한 자료들을 모아 심도있게 발표했다면 그 쪽이 더 흥미로웠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나저나 만약 2012년에 정말 종말이 올까요? 제 동생은 얼마 전에 영화 한 편을 보더니 저에게 종말의 때 누구와 함께 있고 싶느냐고 물어보던데,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있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