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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ㅣ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평점 :
한 번씩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무슨 일이든 3년째는 되어야 발동이 걸리는 나로서는 2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모른다'는 마음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끔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무슨 일이든 사람을 상대하는 어려움에 크고 작음은 없겠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에 한결같이 동조해주기란 쉽지 않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그 또한 교만함의 증거가 아닐까. 게다가 무엇이든 오랜 시간이 지나야 정을 들이는 내 성격 탓에 섣불리 '난 이 일이 너무 좋아, 너무 재밌어' 라는 말을 입밖에 내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정말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다른 선택은 없었는지 하는 생각에 가끔은 '해보고 싶은 다른 일 베스트'를 꼽아보기도 하는데 그 중 1위는 어쩔 수 없이 '여행하고 책 읽는 일'이었다. 여행하고 책 읽고 감상을 남기는 것으로 평생을 채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먼, 나에게는 친근함과 아련함으로 다가오는 일본의 풍경들을 그려낸 책이다. 2003년 처음 길 위에 서서 지난 2년 동안 일본을 아홉 번 드나들었다는 저자 김남희.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의 곳곳을 돌아다닌 시간을 합하면 총 6개월에 이른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잘 알려진 곳보다는 덜 알려진 곳, 도시보다는 자연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바람에 알맞게 이 책은 일본의 고즈넉함과 매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홋카이도와 혼슈로 채워진 1권, 규슈와 시코쿠로 채워진 2권. 우리나라처럼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입는 일본의 풍경 중에서 내가 가장 집중한 곳은 역시 교토와 나라였다.
오사카와 나라, 교토는 예전부터 꼭 가고 싶던 곳이었다. 관광의 개념보다는 내 마음 내려놓을만한 곳이라는 생각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더운 여름 굳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곳. 그 장소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니 다시 반가움과 설레임으로 마음이 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저자가 밟았던 그 길 위에서 나도 한껏 일본의 고풍스러운 매력에 취해보고 싶다.
여행서하면 사진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단연 압권으로 과연 실제로 보는 것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하는 의심을 들게 할 정도다.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통의 매력이 뿜어져나오는 듯한 사진들. 오래 들여다보고 있자면 사진 속으로 내 모든 것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런 마음들을 근세의 마쓰오 바쇼는 '와비'와 '사비'로 표현했던 것일까. 이 책에는 사진 외의 또 다른 매력이 숨어있는데 바로 각 챕터 앞장에 소개되어 있는 '하이쿠'다. 마쓰오 바쇼와 요사 부손, 고바야시 잇사 등 당대 하이쿠 대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제 내일 모레, 26일이면 나는 일본 오사카로 떠난다. 5년 만의 일본여행.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나홀로 여행이 되겠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두근거림과 설레임 외의 다른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출발날짜가 다가오니 그 감정 사이를 비집고 두려움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용감해져야해, 자유로워져야지, 라는 생각으로 계획한 여행. 꼭 연수를 떠났던 2003년의 봄처럼 내 마음이 자꾸 뒷걸음치려는 것을 이 책이 꽉 잡아주었다. 어떤 풍경을 마주하게 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언젠가 이 책에 소개된 멋진 풍경들을 전부 만나보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