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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우연히, 아프리카 - 프랑스 연인과 함께 떠난 2,000시간의 사랑 여행기
정여진 글, 니콜라 주아나르 사진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한 번 떠나기 위해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나같은 사람이 있다면, 일상이 여행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있다. 여행이 특별함이 아닌 온전한 삶이 된 인생. 그들에게 있어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하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 하나만을 보고 걸어가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의 저자 정여진과 그녀의 연인 니콜라 주아나르에게 여행이란,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우연한 배송사고로 인해 랭보를 사랑하게 된 소녀가, 랭보의 환생이라 믿은 연인 니콜라를 만난 것은 파라다이스를 발견하기 위한 운명이 아니었을까. 그런 인연도 있는 모양이었다. 마치 책 속에나 등장할 것만 같은 운명이.
그들이 아프리카를 향해 떠났다. 모든 호기심의 천국, 누구나 선망하지만 아무나 밟을 수 없는 꿈의 땅 아프리카.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신비의 땅으로. 하루 중 열 두 시간을 내내 선 채로 버스 안에서 이동하고, 피로를 풀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그저 입을 벌린 채 풍경을 바라봐도 좋을 땅이 그 곳에 있었다. 낯선 땅에서 씩씩한 그들이 부러웠고, 사랑하는 사람과 그 좋은 것들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그녀의 삶이 질투가 났다. 언젠가는 캠핑카로 개조한 봉고차 한 대로 가나에서 에티오피아를 가로지르자고, 또 에티오피아에서 인도까지 가로지르고 가장 매력이 넘치는 남미는 인생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기 전에 가보자 약속하는 그들이 참 좋아보였다.
그러나 이 책을 한 마디로 무어라 정의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사실은 그래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좀 힘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났으나 온전한 여행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을 노래하는 연가도 아니며,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쏟아부은 시집도 아니었으니.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 했고 급기야는 외치고 싶어졌다. '정확히 꼭 좀 집어서 말해달라고!' 게다가 문장들이, 개인적으로 내가 그다지 반기지 않는 문장들이었다. 미사여구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진정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쩌면 이런 생각도 든다. 정여진과 니콜라는 서로의 존재와 여행만으로 충분하니 책에까지 신경쓸 여력은 조금 부족했노라고. 많은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으나 감정이 넘쳐흘러 되려 어수선한 감정만 남기게 되었다고. 그러나 그것이 그들에게는 큰 문제는 안 될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그들만의 사랑과 삶과 여행이 있으니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어디에서 그들의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