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 마종기 시작詩作 에세이
마종기 지음 / 비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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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흥. 갑자기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이 책이 특별히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구요. 저는 '시'라는 아이에 대해서는 정말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시에 숨겨져 있는 심오한 의미를 저로서는 파악할 수 없다고 할까요. 앗, 그래서 저는 온갖 미사여구가 붙어서 문장의 의미를 알쏭달쏭하게 만들어놓은 책보다 칼같이 의미를 전달하는 책을 더 좋아하나봅니다. 느낌이 팍, 의미가 팍 오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중요하거든요. 

저는 '시'는 주관적인 아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문학 작품이 그렇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겠사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시'는 더 독특한 아이가 아닐까요. 학창시절부터 저는, 언어영역에서 시에 관한 문제가 나올 때마다 늘 궁금했었습니다. '이 시를 쓴 사람이 정말로 이렇게 의도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그것이 저에게는 늘 의문이었어요. 우리가 해석하는 것이 정말 작자의 의도에 맞는 것인가, 가령 그는 그냥 꽃 하나가 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썼을 뿐인데 괜히 우리가 확대해석하는 것은 아닐까. 자랑은 아니지만 전 언어영역은 참 잘했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늘 한쪽 구석에서는 뭔가가 답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그저 보고 느끼는 것이 좋지, 누군가의 해석이 덧붙여져 있는 시는 잘 읽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요 책은 작자가 시를 쓰고 작자가 그 배경을 밝히고 있네요.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은 분들의 시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요런 책은 또 생소합니다. 이해하기도 한결 편하고요. 그런데 첫 번째 시가 <해부학 교실>이어서 그런지 어째 전체적인 분위기가 오소소합니다. 의대생이었던 그, 세상을 조금 달리 보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시를 구상한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괴기스럽기도 하구요. 저의 편견일까요, 으힛. 

결론은, 기양 직접 읽어보고 느껴보시라는 겁니다. 시의 영역은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보다 자신이 읽고 해석하는 게 진정으로 시를 느낄 수 있는 길인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 리뷰는 여기서 끝내렵니다. 비도 오고, 번개도 치고, 천둥도 번쩍하고. 오늘같은 날 시를 읽으면 딱 좋겠네요. 으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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