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랜덤 워크 - 영화와 음악으로 쓴 이 남자의 솔직 유쾌한 다이어리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김태훈은, 글쎄. 어떤 사람일까. 가끔씩 방송을 통해 비춰진 그의 모습은 말을 좀 잘 하는 것 같고, 연애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충고를 해주는 듯 보이지만 그 자신은 노총각이라는 것. 여전히 엄마의 그늘에서 아둥바둥 사는 것처럼 보이고, 여기저기 관심이 많지만 정작 자신의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는 정도일까. 그러고보니 내가 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에 대해 아는 것도 많지 않고 딱히 그이에 대해 알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책이 내 손에 떡 들어앉아 있는 것은, 어쩌면 그저 단순한 책욕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김태훈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술을 얼마나 마시든, 담배를 얼마나 피우든, 그건 그렇고 이건 이렇다면서 딱딱 부러지게 요점만 쓱쓱 짚어주는 듯한 냉랭함. 좋은 감정을 가지고 들으면 조금은 낭랑하게도 들리는 그 목소리가 내 귀에는 잘 꽂혔다. 흥분하면 말의 속도가 빨라지기만 할 뿐 정작 중요한 논리는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뒤엉켜버리는 나와 달리, 그는 그 어떤 순간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뭐, 그 자신은 그의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든 '늙은 공수부대'라는 취급을 받는 천덕꾸러기일지라도 말이다. 나에게 그는 팝 칼럼니스트여도, 연애 칼럼니스트여도, 혹은 영화를 소개해주는 사람 중 무엇이라도 괜찮았다. 그 냉랭한 목소리로 '이것이 진리야'라고 말하는 듯한 어투만 간직해준다면야. 

딱히 그이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은 조금 그의 생활이 궁금했었다. (그러니까 책을 부여잡고 있었겠지) 자기는 결혼도 안 하면서 모든 사랑에 대해 다 아는 듯이 말하는 것도 그렇고,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지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그는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리고 술과 담배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글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변해준다고 했던가. 그의 책은 꼭 그와 닮아 있다. 그의 전문인 음악에서부터 영화와 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지식을 자랑한다. 나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 영화, 음악이 대거 등장해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며 무작정 읽어내려가니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 읽기가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책은 산만했다. 평소 산만하다는 건 그리 좋은 어감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그에게는 꼭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만큼 그가 독특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려나. 

말 그대로 다이어리 같은 책이다. 한 챕터가 그리 길지 않고 짧게 짧게 기록되어 있지만 그게 그에게는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 또한 그 나름대로의 독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에게만 익숙한 이야기들을 길게 늘어놓는 건 나같은 독자에게 있어 고문이나 다름 없었을테니까. 으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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