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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을 걷는 소년
나디파 모하메드 지음, 문영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한 소년이 아무도 없는 사막에 자신의 발자국만을 남기며 걸어간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알고는 있을까. 지금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인지는 알고 있을까. 옷이라고는 하의밖에 걸친 것이 없는 소년의 가녀린 몸이 금방이라도 모래 위로 쓰러질 것만 같아 조마조마하다. 소년의 이름은 자마. 코브라의 일종인 블랙맘마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자마는 세상의 네 귀퉁이를 모두 볼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사막의 도시 아덴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며 친구들과 그 거리를 뛰어다녔으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의 죽음. 서로를 사랑했으나 생활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던 아버지를 찾아 이제 자마가 길을 떠난다. 이탈리아 파시스트들이 점령한 땅을 지나고 온갖 어려움을 무릅쓴 채 아버지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 때부터 어린 자마의 진정한 삶이 눈을 떴다.
이 책은 저자인 나디파 모하메드가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해서 쓴 이야기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 자마의 인생은 보기에도 그리 평탄하지 않다. 동생의 죽음, 아버지의 방황,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했음에도 가계가 나아지지 않아 늘 일을 해야 했던 어머니, 친척으로부터 받은 천대와 멸시, 어머니의 죽음, 시작되는 모험. 말이 좋아 모험일 뿐이지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그 고단한 시간들을 이겨내고 자마는 사랑하는 아내의 품으로 돌아갔으며 이제 그 이야기를 아들인 나디파 모하메드에게 들려준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조션 자마의 용기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먹을 때보다 굶을 때가 더 많고, 누구의 보호도 없이 하루하루 생명을 위협당하며 살아야 하는 생활. 그럼에도 '인생이 주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는 문구처럼 겸허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 끝내는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자마는, 과연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와 빛나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막연하게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나 [천 개의 찬란한 태양]과 같은 분위기와 감동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기대치에는 못미쳤다고 할까. 아무래도 작가의 아버지라는,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인지 어쩐지 전기나 자서전 같다는 생각에 소설로서 다가오는 격정과 울림이 적었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