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친구는 필요한 법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저만의 친구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같이 뛰어놀던 친구도 물론 소중했지만, 저는 그 무엇보다 책을 좋아했습니다. 부모님이 사주신 30권짜리 전래동화집, 20권짜리 위인전, 백 몇 권의 여러 이야기책들. 어린 나이였지만 잠이 일찍 깨는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곤 했던 저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저만의 착각인 걸까요, 이힛. 어쨌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즐거운 일이 있을 때도 저의 곁에는 늘 책이 함께 했어요. 책이 있어 버틸 수 있었던 일도, 책이 있었기 때문에 더 기뻤던 적도 많았습니다. 저에게는 숨 쉬고 같이 이야기하고 산책하는 제인의 상상 속 친구 '마이클'이 바로 책이었던 셈인데요, 그래도 마이클처럼 멋진 친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흣. 

상상 속의 친구, 보통은 공포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죠?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상상 속 친구 마이클은 다정하고 근사한 꽃미남입니다. 세 번이나 결혼한 아름다운 엄마를 사랑하지만 그로 인해 더 외로운 소녀 제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친구가 되어주죠. 하지만 상상 속 친구인 마이클은 제인의 아홉 번째 생일날 그녀를 떠납니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것, 그것이 규칙인 겁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후, 제인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자신과 마이클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크게 성공한 후 이제 영화로 제작하려는 단계에 있기도 해요. 하지만 엄마의 그늘 밑에서 여전히 외롭고, 시덥잖은 남자에게 휘둘리며 상처받는 그녀는 꼬마 제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제인 앞에 마이클이, 상상 속 친구라고만 믿었던 그 마이클이 짜잔! 하고 등장한 겁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했던 건 마이클의 존재였어요. 분명히 제인의 상상 속 친구일텐데 어떻게 현실에 존재하는 걸까, 어떻게 제인과 사랑에 빠지는 걸까, 짐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이클은 '상상 속 친구'가 직업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제인이 무대와 영화를 제작하는 것처럼 마이클은 상상 속 친구가 되어주는 일을 하는 거죠. 물론 다음 친구를 만나기 전에 휴가도 얻을 수 있답니다. 

고민과 어려움을 헤치고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을 이룹니다. 평소라면 손에 들지조차 않았을 내용의 아주 심플한 사랑이야기지만, 역시 때가 때잖아요. 며칠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틈을 타서 읽었더니 나름 달콤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대체 봄은 어디쯤 와 있는 걸까요. 봄이 오기는 하는 걸까요.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읽어야 제 격인 이 책을 위해서라도 너무 늦지 않게 봄이 와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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