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라바 - 전장의 포화 속에서 승리보다 값진 사랑을 보여준 강아지 라바 이야기
제이 코펠만.멜린다 로스 지음, 정미나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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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을 붙잡고 있기 힘든 순간들이 분명 찾아오지 않는가. '내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 내 기분이 왜 이러는 지 짐작도 되지 않아' 같은 순간들. 내 마음 나도 몰라-같은 그런 시간들 속에서 씩씩하고 굳세게 자신을 지켜내는 일 또한 분명 쉽지 않다. 그런데 전쟁 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에 순간적으로 반응해 총을 쏴야 하고, 적군이라는 느낌이 들면 주저없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 그 곳에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은 분명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이라크에서 발견된 강아지 라바에 대한 이야기다. '라바 독스'라 불리는 제3해병연대 제1대대 대원들이 팔루자 북동부의 버려진 주택 안에서 발견한 강아지. 전쟁터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그 무엇에도 애정을 두어서는 안 되지만, 라바는 점차 부대원들과 이 책의 저자 제이 코펠만의 가슴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군용식량을 먹고 탈이 나기도 하고, 군화를 이빨로 물어뜯어놓고, 잠자는 대원들의 이불 속을 파고드는 따뜻한 생명체 라바. 라바는 어느 새 군인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희망을 일깨워주는 상징이 되었고, 급기야 제이 코펠만의 마음 속에 이 자그마한 강아지를 살리고 싶다, 그냥 둘 수 없다는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른다. 그리고 시작되는 라바의 이라크 탈출 대작전!!

전쟁터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 외에 중요한 것이 뭐가 있을까. 비록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그들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람은 당연한 것일 게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온전한 '나'로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적군을 죽여 공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따스함을 가슴 속 깊은 곳에 새기는 일이 아닐까. 라바의 목숨을 구한 것은 분명 라바 독스 부대원들과 제이 코펠만이다. 하지만 라바는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을 그들에게 전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 전쟁터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했다. 생명의 따스함, 존재하는 것에 대한 사랑과 연민. 어쩌면 전쟁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당연시 될 그런 감정들이 군인들의 마음 속에 살아있었다는 것 자체가, 라바가 일으킨 기적이 아니었을까. 

현재 라바는 이라크에서 탈출해 미국에서 제이 코펠만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강아지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행한 작전. 생명이 어째서 소중한 것인지, 그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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