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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3 -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ㅣ 로마 서브 로사 3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가 1부 [로마인의 피] 와 2부 [네메시스의 팔] 을 이어 어느 새 3부를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읽은 시리즈의 경우 다음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출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같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일인 거죠. 1부인 [로마인의 피] 에서는 주인공 고르디아누스가 맡은 사건과 로마의 정치배경이 잘 버무려져 있었던 반면, 2부 [네메시스의 팔] 에서는 사건해결에만 시선이 집중되어 있어 약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3부인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가 한번에 해결해주네요.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에서는 사건보다 고르디아누스가 처한 시대와 정치적 배경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 한층 생생한 로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때는 2부의 이야기로부터 약 10년 정도가 흐른 뒤입니다. 그 동안 고르디아누스는 루키우스 클라우디우스로부터 농장을 상속받아 로마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에코는 어느 새 장성하여 아내를 얻었고 로마의 에스퀼리누스 언덕의 고르디아누스 집에서 생활하며 예전에 고르디아누스가 하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 얻은 노예 메토는 면천되어 고르디아누스의 둘째 아들이 되었고, 고르디아누스의 여자 노예이자 연인이었던 베테스다 또한 면천되어 그와의 사이에 고르디아나라는 딸이 있습니다.
요렇게 화목하면서도 평화로운 생활 가운데에서도 문득문득 로마를 그리워하는 고르디아누스 앞에 로마에서 온 손님이 등장합니다. 클라우디우스로부터 농장을 상속받을 때 그 집안 사람들의 소송으로부터 고르디아누스를 변호해 준 키케로가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며 마르쿠스 카일리우스를 보낸 겁니다. 키케로의 사람으로 카틸리나 진영 안에서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그의 요구는 단 하나. 키케로의 정적인 카틸리나가 몸을 피할 은신처를 제공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키케로의 지시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없게요. 계속 요구를 거부하는 고르디아누스에게, 카일리우스는 승낙한다면 '머리 없는 몸뚱이', 거절한다면 '몸뚱이 없는 머리' 라는 답신을 보내라고 한 뒤 떠나는데요, 그로부터 얼마 후 고르디아누스의 창고에 머리 없는 몸뚱이가 발견되면서 고르디아누스는 다시 정치 싸움에 휘말립니다.
이번 작품만큼 키케로의 뱀같은 혀를 구경할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1부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임페리움] 에 묘사된 그의 정의에 대한 신념은 온 데 간 데 없이 세 치 혀로 어떻게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정적을 해치려하는 모습만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거든요. 고르디아누스가 키케로의 편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어쨌거나 키케로에게 마음을 줘보려고 애를 써봐도 저 역시 고르디아누스처럼 카틸리나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오죽하면 '키케로 이 시키, 너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라는 마음마저 들었을까요. 그러고보면 '정치'에 관한 한 고대 로마나 지금의 우리나라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헐뜯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꾸미고 상처를 입히는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민중들 앞에서 마치 그들을 위해 자신이 존재하는 양, 열성적인 연설을 펼치는 키케로의 모습을 씁쓸하게 느끼는 사람은 비단 저 혼자만은 아닐 듯 합니다.
3부에서는 BC 63년의 로마의 정치상에 대한 세세한 묘사 뿐만 아니라 고르디아누스의 집안에서도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완전한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 않은 독특한 그의 집안에서 어쩌면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그것이 소년이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할 테고요. 성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둘째 아들 메토와 그런 메토가 걱정스럽기만한 아버지 고르디아누스의 갈등은, 정치적인 위기 상황이 벌어지는 한 가운데서 한층 심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캐릭터들 중 아직 어린 소녀이지만 똘망똘망하고 매력적인 (고르)디아나의 모습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겠죠. 디아나가 어떻게 성장할 지 기대가 큽니다.
역사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유포되어 있는 카틸리나. 어쨌거나 진실은 영원히 알 수 없겠죠. 하지만 이 책에서 묘사된 신념에 찬 그의 행동, 번쩍거리는 그의 눈빛 (묘사된),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모습은 간악한 계교를 부리는 키케로의 모습과 대비되어 한층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너무 카틸리나에게 편중된 리뷰 같습니다만.
한 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3부의 제목인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와 고르디아누스의 창고에서 발견된 시체들을 너무 연관지어서 생각하지는 마세요, 으훗. 책을 읽으시다보면 분명 느낌이 오실텐데요, 그 느낌을 그냥 그대로 따라가시면 됩니다. 에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