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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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인해 고립된 뉴욕 버펄로 시에서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그 자리에 A부터 Z까지 알파벳 순으로 눈에 대한 글들이 가득한 노트가 발견됐다는 기사로 시작하는 이 책은, 말 그대로 눈에 관한 백과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노트의 내용은 Angel(천사), Blindness(설맹), Crystal(결정)등의 알파벳 순으로 정리되어 있고 눈에 대한 정의, 시, 유명 작가들의 고전에서 발췌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눈에 대해 그렇게 많은 글들과 그렇게 많은 이미지가 정립되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생전의 그 남자가 도저히 고백할 수 없었다는 절절한 사랑의 기록이라니, 이 정도면 수많은 여심을 흔들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 책에 대해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무리 책을 읽어도 당췌 이게 무슨 소설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더이다. 한 5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는 아직 초반이니까 뭐, 라는 기분이었고 10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도 좀 나아지겠지, 라는 기분이었는데 그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은 결국 마지막에까지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좋았다, 나빴다,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로도 설명해낼 수 없는 이 미묘하고도 찝찝한 기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를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또 처음입니다. 

한 번은 추리소설로, 한 번은 연애소설로 읽힐 수 있다는 이 작품을 아무리 뒤적여봐도 대체 추리소설의 요소는 무엇이며 연애소설의 요소는 어디에 등장하는 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는 해요. 그래도 버터플라이와 모스로 이름붙여진 사람들이 그 중 가장 연애에 적합한 편지를 쓰고 있기는 했는데요, 작가는 그들의 사랑을 그렇게 감춰두고 싶었던 것일까요. 책 속에 등장한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사고로 사망한 남자와 그의 사랑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문득 듭니다. 생전에 고백하지 못할 정도의 사랑을, 노트에서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눈치가 빠른 사람만 찾아낼 수 있도록 일부러 이런 구성방식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얼핏 보면 눈에 대한 사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자신의 사랑을 숨겨둔 작가. 로맨틱한 점도 없지 않지만, 저처럼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어리둥절한 작품입니다. 

어디가 기적같은 연애소설처럼 보이는지, 어떤 부분이 추리소설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건지, 아시는 분은 부디 저에게 설명 좀 해주세요. 책아, 이해하지 못해 미안해. 너에 대한 감상은 그야말로 눈처럼 백지 상태구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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