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고양이 100 - 예술과 문학, 역사와 정치, 자연과 과학에 기여한 고양이들
샘 스톨 지음, 공민희 옮김 / 보누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제목만 보고 그만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예전에는 분명히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고양이가 더 좋아져버렸거든요.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문구류를 사도 꼭 고양이가 들어간 것으로 구입하곤 합니다. 고양이 달력, 고양이 볼펜, 고양이 다이어리, 고양이 마우스패드까지. 게다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책들만 보면 눈이 동그랗게 떠지니, 제가 왜 이러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바닥에 있는 젤리도, 지그시 저를 바라보는 눈빛도, 복슬복슬한 털에 불룩 나온 배까지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어요. 흐훗. 직접 한 마리 키워보고 싶기도 하지만 제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들고 또 살짝 아토피가 있는 피부라 말 그대로 희망사항입니다. 오히려 잘 된 것인지도 몰라요. 전 한 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온 마음을 다 주기 때문에 직장에도 데리고 다녔을지도 모르거든요. 

요런 상태의 저이니, 고양이를 100마리나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두근두근했는지요. '그래, 이건 고양이 뿐만이 아니라 고양이를 통해 역사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야!'라며 자기합리화까지 했답니다. 그리고 도착한 책! 100마리의 고양이 이야기, 이 아이들의 사연을 언제 다 읽을 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 아이당 2~3페이지가 할당되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만나보실 수 있거든요. 예술과 문학, 역사와 정치, 자연과 과학에 기여한 고양이들을 말이에요. 총 245페이지로 책도 아주 작아서 금방 술술 읽히더라구요. 

주인의 발작을 미리 예견한 고양이 티시, 2001년말 등장한 세계 최초의 복제고양이 시시, 사람이 아닌 고릴라의 애완고양이었던 올볼,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번 쯤은 들어봤을 슈뢰딩거의 고양이, 영국에서 감옥에 있던 헨리 와이어트 경에게 비둘기를 잡아다 준 케이터러, 일본 고양이의 상징인 마네키네코, 러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박물관을 지키는 고양이들, 에드거 앨런 포의 고양이인 카타리나, 최초의 고양이 영화배우인 페퍼, 런던의 비만고양이 챔피언인 티들스, 남극을 탐험한 치피 여사, 최초로 우주에 간 펠릭스, 주인이 쓰러지자 전화로 구조를 요청한 토미까지 이름도 제각각, 삶도 제각각인 고양이들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심각한 결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겁니다. 저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 종(種)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고양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복슬복슬한 하얀 털에 파란 눈을 가진 페르시안 고양이 정도일까요. 이 책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전 그들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또 제가 고양이 관련 서적을 보는 이유는 사진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직접 키울 수 없는만큼 사진으로라도 만족감을 얻는 거죠. 아무리 '역사에 영향을 준 고양이들도 존재하나보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고 해도 생생한 사진 한 장 없는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대체 이 책을 왜 읽는 거지?'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몰려오곤 했습니다. 다양한 역할을 한 고양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각 에피소드들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스러운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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