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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2 - 네메시스의 팔 ㅣ 로마 서브 로사 2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가 두 번째 이야기 [네메시스의 팔] 로 돌아왔습니다. 1권을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하루라도 빨리 2권이 출간되길 기다렸었는데요, 재미만큼이나 출간되는 속도도 매우 바람직하여 정말 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리즈라 할 수 있겠어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더듬이 고르디아누스가 부친 살해 사건 용의자의 변호를 맡고 있던 키케로를 도와 멋지게 사건을 해결했었습니다. 저는 키케로와 그의 심복 티로가 계속 등장하는 줄 알았는데 이 매력남 고르디아누스는 매번 다른 정치가들과 조우할 모양입니다. 참, 더듬이라 하여 이상한 곤충같은 것을 상상하시면 안 됩니다. 정보를 잘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하여 붙여진 애칭인 것 같거든요, 애칭.
이번 편에서 고르디아누스에게 일을 의뢰한 사람은 '마르쿠스 크라수스'입니다. 로마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장군으로 스파르타쿠스 반란을 제압하고 집정관을 지냈습니다. 후에 폼페이우스 및 카이사르와 3두정치를 시작한 인물이죠. 키케로와 함께 해결한 부친 살해 사건이 벌어진 후 8년 정도 지난 시기로 1권에서 등장한 술라는 이미 병에 걸려 사망했고, 로마는 트라키아 출신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가 동료 검투사 70여 명과 함께 양성소에서 탈출, 반란을 일으킨 탓에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요즘 이 스파르타쿠스에 관련된 미드를 보고 있습니다만, 로마인들 입장에서야 당연히 그들이 반란군처럼 보이겠지만 또 이 미드를 보면 스파르타쿠스 또한 아내와 마을을 빼앗긴 불쌍한 남자인 겁니다.
요런 정국 속에서 자신의 집에서 노예지만 사랑하는 여인 베테스다와 꿈나라를 헤매던 고르디아누스를, 크라수스의 오른팔인 마르쿠스 뭄미우스가 찾아옵니다. 행선지가 어디인지, 고르디아누스를 데리고 오라 명한 사람인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무작정 그와 그의 아들 에코를 호화로운 배에 태운 뭄미우스. 하지만 고르디아누스가 누구입니까.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그는 금방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누구의 부름으로 가는지 알아채죠. 부자들이 해안에 별장을 짓고 더운 진흙으로 목욕을 한다는 '잔'에 크라수스의 명령으로 불려간 고르디아누스는, 그 곳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과 맞닥뜨립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느냐 마느냐에 백 여명의 노예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엄청난 사실.
1부와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전개는 만족스럽습니다. 베일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고르디아누스의 끈기와 노예들을 향한 연민, 시간이 흐를수록 배가 되는 사건의 긴장감은 역시 가슴을 두근거리며 책을 읽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범인일까, 아냐, 저 사람인가' 하며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임에도 이 작품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1권의 리뷰에서 언급했던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고 작가가 설정한 로마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는 거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의 배경은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크라수스는 원로원으로터 스파르타쿠스 진압군의 지휘권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의 노예 백 명은 주인이 노예에게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고르디아누스와 에코가 타고 온 배 안에는 노예들이 극악한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고, 그들의 생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늘 위태롭기 짝이 없죠.
이런 상황에서 귀족들은 노예들에게는 당장 필요한 먹을 것들과 주인을 섬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단정짓습니다. 그런 시대에 벌어진 살인사건이기 때문에 비로소 고르디아누스의 사건해결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닐까요. 고르디아누스를 율법의 여신이자 인간의 주제넘은 오만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는 추상개념을 신격화한 숭배 대상인 네메시스의 팔로 비유한 것은, 그의 정직성과 공정함, 신분고하를 막론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아주 잘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로마시대하면 우리가 바로 떠올리는 검투사들의 대결 장면도 간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어요. 검투사들의 대결, 귀족들과 노예들의 모습, 크라수스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야망과 음모. 1부에 비해 2부에서 보다 로마의 속살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그 제목, <로마 서브 로사> 처럼요. 이 시리즈를 한 번 접하면 로마라는 거대한 매력 앞에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게 되실 테니, 저항하지 마시고 어서 빠져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