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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배회자 ㅣ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흠흠, 별점을 어떻게 줘야할 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읽기는 제법 재미있게 읽었지만 뭔가 기분이 이상하거든요. 어쨌거나 사건이 해결된 것은 다행이기는 하지만, 뭐랄까, 이게 정말 끝인가, 이 분들은 무척 손쉽게 범인을 잡는구나, 네 명의 여인이 범인을 잡기 위해 모인 건 맞는데 모임의 주된 목적은 수다와 교류를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겁니다. 주인공들의 직업을 고려하면 범죄와의 싸움은 그녀들의 인생에 있어 무척 중요한 일이기는 하나 그것은 이차적, 이라는 느낌이랄까요. 입체성이 다소 부족한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먼스 머더 클럽은 미국드라마로 먼저 만났고 책으로는 [쓰리 데이즈] 를 읽었습니다. 영상으로 보이는 캐릭터들에 비해 책 속의 인물들이 밋밋하게 다가와 [쓰리 데이즈] 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요, 한 동안 스릴러 소설을 읽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제 머리에 조금 쉽게 읽히는 책이 필요했던 것인지 [한밤의 배회자] 는 쪼콤 재미있었답니다. 우먼스 머더 클럽의 언니 격인 린지 박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검시관 클레어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 그런 생각도 하면서요. [쓰리 데이즈] 를 읽을 때는 불편했던 짧은 챕터들도 이번에는 좀 더 영상미를 상상하며 읽었더니 나름대로 편안했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시립병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과 연쇄살인사건을 동시에 다루고 있습니다. 시립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은 무척 오싹합니다. 회복기에 있던 환자들, 결코 죽음으로 갈 수 없으리라 생각한 환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숨을 거두는데 시신들의 눈 위에는 의술의 신인 카두케우스 문양이 새겨진 단추가 얹혀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저인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의료진과 병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병을 고치러 찾아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 아우, 상상만으로도 정말 오싹해요. 게다가 우먼스 머더 클럽 멤버에게 직접적으로 닥친 일은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그 멤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고급 승용차 안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연달아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입니다. 화장도 되어있고 멋진 옷에 향수까지 뿌려져 있는 시체. 조금 늦은 시간에는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거의 뛰다시피 하는 저에게 이 사건 또한 두려움을 가져다 주었지만, 사건 해결은 과정에 비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해서 맥이 빠질 정도였습니다. 요거요거, 정말 끝마무리가 부족한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 두 사건은 뛰어난 반전이라고 할 것도, 뒷표지에 실려 있는 홍보문구처럼 숨 막히는 법정 드라마라고 할 요소들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숨 막히는 법정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정말 한참 모자라지요. 훗. 그저 조금 어려운 책을 읽다 머리를 식히고 싶다, 요즘 스릴러 소설을 안 읽었더니 한 권 읽고 싶다고 느껴질 때에 가볍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또 미드를 보신 분들이라면 주인공들의 얼굴과 장면 하나하나를 상상하면서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 편이 좀 더 현실감있고 생생하게 다가오거든요. 마지막 부분은 미드를 염두에 두고, 혹은 미드의 결말 부분을 묘사한 것이라 여겨지는 그런 장면이었습니다.
으흠. 여기까지 쓰다보니 평점이 정해졌습니다. ( 위에서 확인하세요. 힛 ) 그리 나쁘지도, 그렇다고 어디가 딱히 좋다고 꼽기에도 애매한 책입니다. 그냥그냥 린지는 이런 형사구나, 신디는 이런 기자구나, 클레어는 이런 검시관이구나, 유키는 이런 사람이구나 라고 받아들이며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아~라고 넘기시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