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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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2010년 1월이 몇 시간 남아있지 않은 지금, 한 편의 리뷰를 써볼까 합니다. 아마도, 가 아니라 정확히 1월의 마지막 서평이 되겠군요. 사실 이 책은 읽은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만 어쩐 일인지 리뷰를 쓰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차일피일 미루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상콤한 2월을 맞이하기 위해 미루던 일을 하나 해치워보자 싶은 마음에 이 아이를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사랑받은 20세기 최고의 드라마라고 하네요. 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첫 작품이었지만 다시 읽어본 지금, 제 마음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처럼 그저 불현하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예전에 출간된 [가시고기] 라는 소설, 혹시 알고 계신가요? 그 책이 출간된 이후로 우리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보통 무한한 사랑을 전달해주는 대명사는 '어머니'로 그려지죠. 그에 반해 '아버지'는 가장, 무뚝뚝함, 경제활동 등의 다소 딱딱하고 정없는 단어들로 나타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아버지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머니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 준 소설이 바로 [가시고기]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후로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존재 이유, 아버지의 삶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더불어 '부모자식'이라는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죠. 아서 밀러의 이 작품, [세일즈맨의 죽음] 은 불황을 배경으로 미국의 소시민들의 삶, 아버지의 삶, 부자(父子)사이에 대해 그리고 있습니다.

 

대공황이 오기 전까지 주인공 윌리 로먼은 희망으로 가득찬 사람이었습니다. 차와 집, 든든한 두 아들, 사랑하는 아내, 세일즈맨으로서 쌓아가는 실적이 그의 삶의 모든 것이었죠. 하지만 불황은 몸바쳐 일한 회사에서 그의 자리를 잠식해갔고 훌륭하게 자랄 것이라 믿었던 두 아들은 그를 낙담시켰으며 그에 따라 윌리는 삶의 의미를 잃어갑니다. 아들 비프와 해피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갈수록 윌리는 과거로 도피하기 시작하고, 가족들이 이해하지 못할 말을 늘어놓기 시작하며 실망과 낙담이 늘어갈수록 그의 기억은 현실을 피해 저 멀리 유년기까지 날아가고 말죠. 결국 회사에서 해고당한 날, 그는 끝내.

 

이 작품에서 주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부분은 린다가 아들과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한 번은 제 남동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일하다가 결혼하면 아이들 낳아 키우는 남자의 삶은 단순하면서도 허망한 것 같다고. 물론 그 사이사이에 소소한 행복과 기쁨은 있겠지만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든다고. 예외는 있겠지만 어쩌면 가정에서의 아버지란 존재는 여전히 쓸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의 삶이란 보답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결코 보답을 원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그 보답이 물질적인 것이 아닌 위로와 사랑, 관심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사회적인 불행인 공황과 더불어 윌리에게 닥친 위기는, 아마도 아들들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 아들들과의 불화로 인해 더욱 깊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가족 간의 사랑과 위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부모님에게,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총 174페이지의 희곡으로 휘리릭 읽을 수 있지만, 휘리릭 읽은 시간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그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어. 그러니 관심을 기울여주어야 해. 늙은 개처럼 무덤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 이런 사람에게도 관심이, 관심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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