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 온화한 빛의 화가 마로니에북스 Art Book 20
스테파노 추피 지음, 박나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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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동양미술과 관련하여 인도,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미술 역사와 작품을 분석하며 공부하는 시간으로, 교수님의 강의도 흥미로웠지만 그림을 보면서 기법과 시대적 배경까지 알아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미술사학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바람까지 갖게 되었는데, 그 때 나의 호기심에 더욱 불을 붙인 화가가 바로 이 베르메르였다. 영화와 소설의 모티브가 된 그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베르메르의 1665년 경 작품으로 추측된다.

마로니에 북스에서 출간된 미술 작품 도서에는 신뢰가 가지만 특히 이 [Art Book] 시리즈는 무척 마음에 든다. 마로니에 북스의 독자적인 출간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몬다도리 출판사의 번역본으로 한 화가가 살았던 당시의 배경, 삶과 작품, 명작들을 페이지 수에 비해 비교적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보통 미술책이라 하면 도판과 설명으로 두껍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그런 부담감을 없애준다고 할까. 짧은 시간 안에 화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베르메르] 편을 접하기 전에 [클림트] 편을 먼저 읽었는데 그 책 뒤에 [베르메르] 편이 곧 출간된다고 해서 계속 기다려왔다. 책이 손에 들어온 지금, 기쁘다.

다른 화가들에 비해 베르메르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텔프트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따라 미술 작품의 경매와 판매 일을 돕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림을 알아보는 안목과 시각적 기준을 제공받아 견습 화가의 길을 걷는 데 영향을 미친 듯 하다. 그런 사정으로 이탈리아의 풍조를 따라 '그림 속의 그림'을 훌륭하게 완성시켰고, 유럽 미술의 영향이나 주위 유명 화가들의 영향으로 그 시대 네덜란드에 유행하던 원근법, 빛과 색채의 조화, 명암법 등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또한 과학과 철학이 네덜란드로 유입된 1920년대 후반부터는 과학에 대한 관심을 미술에 반영하여 현재 우리가 그 때의 생활을 추측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그의 그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내린 그에 대한 평가는 '세밀함 속의 서정성'이다.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베르메르는 일상의 소재 하나하나까지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바구니의 질감, 악기의 현, 과학서적, 지구본까지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대체 이것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더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베르메르 그림 속 주인공들의 표정과 시선이다. <편지를 읽는 여인> 속의 여인의 표정이라든지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 속 여인의 환희(라 표현해도 될까), 또한 다른 작품에서 보이는 무심코 마주보거나 또는 따라가게 되는 시선은  말 그대로 그들이 그림 속에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델프트 전경>이지만 이 외에도 베르메르의 매력적인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가 활동했던 시기에 활약했던 화가 램브란트와 얀 스텐의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는데 베르메르 작품과의 공통점, 차이점을 미세하게나마 알아챌 수 있다면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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