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도시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낙향하여 시골 마을에서 공무원으로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토노 케이치.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아이들과 평화로운 생활을 즐기던 그에게 아테네 마을 재건이라는 프로젝트가 맡겨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5시에는 퇴근을 해야 하고 서예에만 관심을 보이는 상사 탄바, 자신을 라이벌로 생각하며 제대로 협조해 주지 않는 동료, 과연 믿고 맡길 수 있을지가 의심되는 부하직원들 사이에 막혀버린 케이치. 갑자기 바쁘게 된 케이치는 '당신에게는 '퍽'하는 느낌이 없어'라는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일단 일을 밀어붙이지만 관료주의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윗사람들은 엉뚱한 계획만 내세우며 케이치의 일에 제동을 건다. 아들의 작문에 멋진 아빠로 등장하고 싶은 케이치, 처음에는 우물쭈물하지만 나름 임기응변을 펼치며 아테네 마을 재건을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들에는 따스한 감동과 유쾌한 유머가 살아있다. 전개방법은 늘 비슷하지만 워낙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인지라 온갖 사건을 해결하고 맞게 되는 그런 결말이 영 싫지만은 않다. 이 작품 또한 소재만 다를 뿐 오기와라 히로시의 다른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약간 어벙해 보이는 주인공 케이치를 옆에서 밀어주는(?) 극단 단장의 유머감각과 자유로운 생활도 인상적이었고 개성있는 인물들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서로 티격태격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공무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은 다른 일에 비해 비교적 편안한 직업이리라는 점일 것이다. 내가 본 공무원들 중에는 분명 태평하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공무원 중에는 그런 다른 공무원들 때문에 공무원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공무원도 다른 기업의 회사원들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책에 등장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비난하며 책 내용에 맞장구를 칠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을까. 

케이치도 결국 조직의 일부. 자신이 계획한 일을 멋대로 밀고 나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케이치가 큰 맘 먹고 계획한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회전목마 유치'다. 위태로워보였던 아테네 마을 재건이 성공하는 듯 하면서 어지럽네 어쩌네, 하는 윗사람들의 불만을 등에 지고 회전목마를 들여놓은 케이치. 어쩌면 그것은 정체된 조직 안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며 바쁘게 살 수 있었던 자신에 대한 포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 회전목마 위에서 앞으로 어떤 미래를 계획하게 되려나.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결말이었지만 그 현실 속에서 케이치는 살아갈 방법을 터득한 것은 아닌지. 

현실의 모습을 살짝 꼬집으면서도 오기와라 히로시 특유의 감동과 웃음이 모두 들어있는 이야기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케이치의 아내 미치코가 케이치에게 '당신은 '퍽'하는 느낌이 없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이 작품도 그리 큰 '퍽'은 없다는 것이랄까. 예상한대로, 생각한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런 잔잔함이 오히려 작가의 장점인지도. 읽고나서 '에이. 괜히 읽었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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