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다 알고 계시겠지만 요즘 신종플루가 기승입니다. 학교는 그 신종플루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면 일단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마스크를 의무화하기도 했답니다. 요즘에는 전염 추세도 좀 줄었고 답답하기도 해서 마스크도 잘 안 쓰지만 한동안은 살짝, 공황 상태였어요. 누군가 살짝 기침만 해도, 아침마다 체온을 재서 37도만 넘어도 '신종플루가 아닐까?'라는 의심과 공포감을 느꼈죠. 신종플루에 걸렸어도 완치되는 사람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을 더 약하게 만드는 건 우리가 이러다 모두 잘못되는 게 아닐까-하는 공포심인 것 같아요. 아무리 조심해도 병은 잘도 우리를 찾아오니까요. 

플럼 아일랜드에는 그런 질병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습니다. 저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오싹, 했어요. 그 연구소에서는 구제역이나 에볼라바이러스, 탄저균 등을 연구하고 있고 게다가 생물학전의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무서운 소문까지 돌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연구소에서 일하는 톰과 주디 부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물론 그 사건은 우리의 주인공 뉴욕 강력계 형사 존 코리가 해결하게 되죠.  그 연구소에서 무언가를 반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FBI, CIA까지 가세해서 코리 형사와 베스 형사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플럼 아일랜드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코리 형사의 머릿속을 핑, 핑 울리는 단서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튀어나오고, 진실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환상도 자극하는 전혀 엉뚱한 곳에 있었답니다. 

일단 두께가 대단합니다. 빈스 플린의 [임기종료]를 능가하는 두께에요. 제가 지금 자가 없어서 제대로 재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임기종료]와 맞먹는 두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임기종료]의 두께는 4.5cm 정도였는데 말이죠. 사실 저는 두껍다고 해서 지루할 거라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아요. 그건 이미 [임기종료]가 증명해주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중간이 살짝 늘어지는 감이 있어요. 주인공인 존 코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조사하고 다니는데 과정이 굉장히 세밀하거든요. '대체 여기를 가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도 가고, '그 모임과 이 사람이 무슨 관계인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과 모임이 등장하기도 하거든요. 난데없이 느껴지는 그 모든 과정들이 결국은 접점을 이루게 됩니다먼 세밀함이 지나쳐 오히려 살짝 지루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요, 이야기가 좀 복잡해요. 전형적인 스릴러물 같다가도 질병공포소설인가 싶다가도, 또 액션어드벤처소설인 것 같기도 하거든요. 마치 파도를 타는 것처럼 이렇게 추켜올리기도 하고, 저렇게 추켜올리기도 해요.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의 주인공, 존 코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 이 형사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사실은 아주 많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들은 환영하지만 여자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너무너무! 이 책에는 매력적인 여성이 두 명 등장하는데 이 존 코리는 일단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A를 마음에 들어했다가도 B가 나타나자 금방 또 마음을 바꿔 잠자리까지 하고, 마지막에는 또 A와 잘 될 것 같은 조짐을 보입니다. 물론 존 코리 조차도 작가의 창조물이기는 하지만 전 어째서인지 그를 실제 인물처럼 여기고 말아서 얄밉기조차 하더군요. 형사로서의 능력은 제외하고 동물적인 본능만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실 안타까운 건 존 코리가 여자를 보는 관점이랄까요, 아니면 이 책에서 '여성' 이 차지하는 역할이라고 할까요. 존 코리 뿐만 아니라 베스 펜로즈라는 여자 형사도 등장하지만, 그녀는 형사라기보다는 단순히 존 코리의 부수물, 스릴러물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단순한 파트너 정도로만 여겨질 뿐이거든요. 전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그런 베스의 역할에 씁쓸하달까 언짢았다고 할까,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존 코리 형사가 여자에게 너무 들이대는 성격이라 더욱 그렇게 여겨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없어서는 안 될 그의 엉뚱하면서도 날카로운 유머감각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자에게 너무 들이대는 그는 많이 거부감이 생기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표지에 '존 코리 스릴러'라는 문구가 보이는 걸 보니 조만간 그도 다른 사건을 들고 찾아올 모양입니다. 그 때는 좀 더 조신한 그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이상 플럼 아일랜드였습니다.  아, 모두 신종플루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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