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 : 동양편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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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접했던 책은 '전래동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가 나오고, 호랑이를 피해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있으며, 두꺼비가 뚫린 구멍을 막아주어 고약한 새엄마가 요구한 일들을 모두 해낼 수 있었던 콩쥐가 나왔던 전래동화 전집을 나는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작은 책장 가득 꽂혀있던 그 전집들이 나의 행복이었고 나의 자랑이었다. 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스스로 글자를 깨우쳤으며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홀로 일어나 책을 읽었다니 어쩌면 소위 말하는 그런 신동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헴.
 
하지만 그 때의 나도 지금의 나처럼 단지 '이야기'를 좋아했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 한 권 펼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세계 속으로 떠날 수 있었던 책 속의 세상을 동경했기 때문이라고. 이제는 전설이나 전래동화보다 더 깊고 환상적인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 때 읽었던 백두산 천지 전설, 금강산 설화 등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옛날 이야기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매해 여름이면 <전설의 고향> 이 방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상식시리즈에서 나온 [세계의 전설 : 동양편]에는 우리나라의 전설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몽골, 동남아시아 나라들, 이집트와 아라비아, 아프리카의 전설이 다양하게 실려있다. 냉철하게 생각하면 도저히 실현가능성이 없는 용왕의 딸과 결혼했다는 이야기, 구미호가 사람으로 변신해 해코지를 하거나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 <전설의 고향>에 등장할 것 같은 억울한 원혼의 이야기 등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전설들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다른 나라의 다른 전설이지만 공통된 점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몽골의 전설 부분에서도 보여지고,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일본의 전설 부분에서 보여진다. 또한 어쩐지 [무영탑]을 생각나게 하는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야기와 여우가 낳은 영웅 강감찬과 여우의 아들로 태어난 유명한 일본의 주술사 아베노 세이메이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몽골과 중국, 일본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각국에 어울리는 형태로 전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있던 이야기는 익숙함으로 몰랐던 이야기는 신비로움으로 다가왔는데 그 중에서도 마음에 와 닿은 것은 그래도 우리나라의 전설이었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전설'이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우리나라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용왕의 딸과 결혼한 의인, 원혼의 억울함을 풀어준 지혜로운 사람, 여왕을 사랑한 마음이 불길로 변해버린 남자, 어린 시절 그렇게도 무서워했던 달걀귀신 이야기 등은 갖가지 전설을 나눴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푸근해진다.
 
우리나라의 전설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전설을 집대성했다고 해도 좋을 [상식으로~]의 전설이야기.  [세계의 전설 : 서양편] 에서는 동양편과는 다른 어떤 매력으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줄 지 궁금하다. [상식으로~] 시리즈. 음.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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