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어글리 시리즈 1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했던 인형놀이가 생각난다. 예쁜이 바비인형은 멋진 남자친구 칼(이었던가;;)과 늘 러브러브 모드를 유지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모형밥을 챙격먹고 놀다가 또 모형밥을 먹고 또 놀다가 또또 모형밥을 먹고 결국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나와 내 친구들이 뭘 알았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우리는 언젠가 바비인형처럼 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던 듯 하다. 매끄러운 피부, 쌍커풀 진 커다란 눈,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에 S라인 몸매까지! 자라면서 절대 바비인형이 될 수 없으리라는 걸 깨달은 나와 또 마찬가지로 그들도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으리라는 걸 깨달았을 나의 친구들은 그럭저럭 소소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가끔 이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눈이 조금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돈을 모아서 코를 좀 높여볼까' '난 얼굴이 너무 각졌어!' 같은. 나와 내 무리들의 푸념은 그러나 그렇게 끝난다. 나의 경우는, 글쎄, 늘 그렇듯 겁이 많아서라고 해두자. 아픈 건 싫으므로. 수술할 돈으로 더 많은 책을 사고 싶고, 많은 돈을 들인 수술이 잘못될까 전전긍긍하고 싶지 않아서라고도 해두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을 실눈을 뜨고 보는 것은 아니다. 예뻐지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 다른 사람들이 내 외모를 칭찬해줬으면 좋겠고, 길거리를 다닐 때 시선을 받으며 우쭐거리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씩 해봤을 상상이다. 위험한 것은 '미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닐까. 사실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요즘 미인들의 모습에서 개성을 찾기란 쉽지 않으며 커다란 눈, 매끈한 피부, 오똑한 코, S라인 몸매를 강조하는 풍토는 얼짱, 몸짱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아름다움을 소중히 하는 것. 괜찮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각의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는 개성을 무시하고 일관된 아름다움만을 강조하는 사회가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어쩌면 먼 미래 사회는 똑같은 아름다움을 강조할 지도 모른다. 이 작품 [어글리]에서는 사람들이 열여섯 생일만 되면 의무적인 성형수술을 받고 모두가 예쁜이 생활을 시작한다. 보드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고 화재가 나서 높은 건물에서 떨어져도 생명을 지켜줄 번지 재킷이 있다. 지금보다 더 간편하게,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남과 다르지 않은 미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될까. 그 예쁜이들이 아무 분쟁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생각까지 성형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남보다 모험정신이 강하고 자유의지가 분명한 주인공 탤리의 선택에 대한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미래 사회, 의무적인 성형수술, 성형미인을 거부하고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 '스모크' 등 이 책을 지탱하는 흥미로운 소재는 많다. 하지만 책 속으로 몰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본격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번역상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도 눈에 뜨인다.
-선로는 아래쪽에서 질주하다가 언덕 둘레에서 느린 호를 그리고, 부서져 가는 다리로 강을 건너갔다.(p171)-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이 외에도 한 번에 와닿지 않는 문장들 덕분에 미래 사회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한 권이라 생각했지만 탤리의 이야기는 아직도 두 권이 더 남아있다. 2부 [프리티]와 3부[스페셜]. 탤리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할 수 있을지, 그녀와 데이비드의 사랑은 계속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똑같은 모습,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해오는 모습을 상상하면 조금은 오싹할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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