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남 이야기
이경윤.정승원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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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다. 그 동안 악녀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악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악하다는 뜻으로 남자를 가리킬 때는 보통 나쁜X, 나쁜XX, 혹은 XXX 등의 직접적인 말을 더 많이 사용하니까. (X는 알아서 채워주세요;;) 요즘은 나쁜 남자가 유행인지 2009년 상반기의 드라마 주인공들도 대부분 나쁜 남자가 인기였다. 꽃남들이 대거 출연한 K 본부의 드라마,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S방송국의 드라마까지 주인공 남자들은 나쁜 남자였다가 씩씩하고 당찬 여주인공을 만나면서 온순하고 착한 양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요기요기,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삼양미디어에서 출간되는 상식시리즈는 내가 꾸준히 모으고 있는 책 중 하나다. 제목에는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이라는 문구가 들어있지만, 딱히 상식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읽는 것은 아니다. 책에 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일화와 화가, 역사, 철학 등 관심은 갖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분야의 내용을 이렇게 천천히, 그리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상식시리즈 중에서도 재미없고 어렵게 쓰여진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는 '괜찮다'라는 것이 아직까지의 나의 평. 이 책은 악명 높았던 세계 영웅(일까나;;) 20명의 삶을 '악행'이라는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서양은 B.C.4세기부터 20세기의 악남 열 다섯 명을, 동양은 전시대를 통합하여 다섯 명의 악남을 선출했다. 정복왕 알렉산더와 로마 제3대 황제 칼리굴라, 훈족 왕 아틸라, 세계 3대 정복자 중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던 칭기즈칸과 해골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는 티무르,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의 주인공 질 드 레와 드라큘라의 실제모델로 유명한 블라드 3세, 러시아 최초의 차르 이반 4세와 세기의 스캔들의 주인공 헨리 8세, 태양왕 루이 14세와 프랑스의 영웅이라 불리는 나폴레옹, 거인 황제 표트르 대제와 괴팍한 요승 라스푸틴, 이름만으로 유명한 히틀러와 바그다드의 학살자 사담 후세인,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제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라 불리는 한 무제, 양귀비와 함께 오르내리는 당 현종과 명 태조 주원장,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마오쩌둥까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 가득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들의 악행의 공통점을 간단히 말하면 사람을 많이, 그리고 잔인하게 죽였다는 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불행하기도 한 법. 그 자리에 오랫동안 안전하게 앉아있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의심해야 했고, 의심한 사람들만큼의 피가 뿌려졌다. 그 존재가 설사 자신의 아내, 혹은 자식이라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영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만큼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고문방법과 살인방법은 마음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이들이 갖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정적들 속에서 불안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점, 가난한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대부분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악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우한 환경 탓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잔인한 행동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이 그저 단순한 '악남'이 아니라 '불쌍한 남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떨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20명의 악행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인 상황과 그들이 이룩했던 위대한 업적도 살짝 맛볼 수 있다. 제목이 만약 '선남 이야기' 였다면 어울릴만한 일들. 결국 한 인물을 평가하는 데는 어떤 시점에서 그를 바라보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악행도 많이 저질렀지만 자신들의 나라를 강력하고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악행은 악행대로 업적은 업적대로 같이 바라보면 될 일이다. 각종 사진과 지도로 조금은 더 알차게 느껴졌던 '악남'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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