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다 읽고 내뱉은 첫마디는 '그래서 범인은 누구란 말이더냐! '였다. 범인의 실체에 대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며 봉인된 채 드러난 해설을 거의 잡아뜯어(?) 샅샅이 읽었지만 도무지 범인을 알 수가 없다. 그저 짐작할 뿐, 아이참, 나는 이런 식의 결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추리소설의 경우라면 더더욱. 추리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반전과 범인의 색출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요런 명확하지 않은 결말에 답답함을 느끼며 살짝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일본의 인기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손에서 태어나 20년 이상 넘게 키워진 캐릭터가 바로 가가형사시리즈의 가가 교이치로다. [내가 그를 죽였다]는 이번에 출간된 가가형사시리즈 중 하나인데 소설가이자 각본가인 호다카 마코토의 죽음을 둘러싼 세 명의 등장인물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호다카 마코토의 신부가 될 예정이었던 간바야시 미와코의 오빠 간바야시 다카히로, 호다카의 매니저였던 스루가 나오유키, 간바야시 미와코의 담당 편집자인 유키자사 가오리가 저마다 자기가 호다카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어깨가 너무 넓어 머리가 작아보이는 가가 형사가 등장, 사건의 전모를 밝혀나간다. 

추리소설인 이상 호다카를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용의자로 떠오른 세 인물의 증언과 심리묘사 또한 이 작품에서 놓쳐서는 안 될 매력이다. 세 명 모두 호다카를 죽이고 싶어했고 실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쐐기를 박은 것은 한 명 뿐. 이야기가 세 명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구성이 범인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기에 한 몫한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사람이 범인 같고, 저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 저 사람이 범인같아서 결국은 '대체 누구야!' 라며 머리를 감싸쥐게 되는 것이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애지중지 캐릭터 가가는 그저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으로 등장할 뿐 그 특징이 뚜렷이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전체를 볼 줄 아는 능력이 있고 형사로서 뛰어난 감각을 갖추고 있으며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 뿐. 다른 책에서는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세 명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 탓에 더 숨가쁘고 재미있었지만 번역이 약간 매끄럽지 못하다. 누가 하셨나 싶어 살짝 들춰보니, 이럴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칼에 지다]를 번역하신 분인다! [칼에 지다] 번역의 이상한 점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뭔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것인가!

'범인은 당신입니다' 로 작품은 끝나지만 나는 아무리 책을 들춰봐도 아직도 범인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 두 가지. 이 작품에서 가장 나쁜놈은 호다카이고 가장 불쌍한 사람은 나미오카 준코였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답답은 하지만 재미는 있다는 것. 범인을 짐작하시는 분, 저도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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