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 한 권으로 열흘을 보냈습니다. 책이 재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읽을 시간이 조금 부족했거든요.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일도 있었고 해치워야 할 일이 있었는데 오늘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열흘 동안 범인이 무척 궁금해서 책 뒷장을 슬쩍 펼쳐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 책의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서 꾹 참느라 혼났습니다. 하지만 괜찮은 작품들이 그렇듯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치중한 심리묘사였던 듯 합니다. 

제목이 좀 직접적이죠?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 저는 '미친' 이라는 단어의 어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왜'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또 '그냥'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예전부터 그랬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잘 나타내는 제목도 또한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제목 그대로 이야기는 내면의 목소리에 이끌려 혼잣말을 하던 프랜시스가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가 퇴원한 후 그 곳에서 있었던 일을 글로 나타내는 형식으로 전개되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온전치 못한 프랜시스이지만 그는 그저 내면의 목소리를 의지 삼아 평화롭게 살아가려고 하는 조용한 사람이자, 이야기의 중요한 화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들을 알아채기도 하고,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간과해버리는 중요한 사실을 간파해내는 영리한 사람이죠. 그런 그가 가족들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웨스턴 스테이트 병원에 수용됩니다. 그 곳에서 미치지는 않았지만 아픔을 간직한 소방수 피터를 만나고, 검사 루시와 함께 병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루시는 조직력과 전체를 보는 능력을, 피터는 힘과 행동력을, 프랜시스는 다른 환자들의 내면과 본질적인 면을 꿰뚫어볼 줄 아는 능력이 있었던 거죠. 

속도감 있고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원하는 독자가 보기에 이 책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어요. 정신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에 제한된 지원, 살인이 아니라 단순 사고로 치부해버리려는 병원장과 박사의 압력으로 수사는 느리게 진전되고 누가 범인인지 우리는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범인이 밝혀진 후에도 그가 예전에 어떤 모습으로 그 병원에서 존재했는지 알 수조차 없었답니다. 마치 베일 속에 숨겨진 것처럼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사건수사보다 프랜시스, 피터, 루시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프랜시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느낄 수 있다면 '커커스 리뷰'가 언급한 것처럼 그 어떤 무용담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느껴지실 거에요. 

심리묘사만큼이나 매력적인 부분은 작가가 그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입니다. 미친 사람으로 분류되어 병원에 수용된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경력만을 걱정하고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무슨 도구처럼 생각하는 병원장과 박사에 비하면 그들은 훨씬 인간적입니다. 망상에 빠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들을 '미쳤다'고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과연 명확한 것일까요. 아무렇지 않다고 판단된 사람 중에 무섭고 잔인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거의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이야기의 구성이나 엔딩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업신여겨지고 나약해보이는 프랜시스가 얼마나 용기있고 영리한 사람이었는지, 그의 고백을 한 번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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