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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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전히. 동화책을 좋아합니다. 글쎄요. 어디가 어떻게 좋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또 그냥 좋아! 라고 밖에 할 말이 없어요. 저는 좀 그런 편이에요. 무작정 좋고, 무작정 마음에 들어하죠. 누가 '넌 그 사람이 왜 좋아? 넌 그게 왜 좋아?'라고 물으면 '그게 꼭 이유가 필요해?'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건 이를테면 누가 손을 확 끌어당기는 느낌과 비슷해요. 마음이 그렇게 이끌리는걸요. 그렇게 좋아하게 된 것들의 특징은 거의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데 있어요. 아이 참, 잔혹동화는 제외하구요. 제가 좋아하는 동화나 고전들은 뭐랄까, 그리움 같은 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 넘실넘실 타고 올라오게 만들어요. 어쩌면 그런 느낌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해요. 히. 

동화나 우화, 그림이 있는 책을 좋아하게 된 건 가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해서일 거에요. 글자들이 빼곡한 책들은, 물론 예전에도 지금도 그런 책들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여유를 갖지 못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숨이 가빠져 오기도 하거든요. 그림이 있고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책의 맛을 진정으로 알게 되는 건 이렇게 나이를 먹고나서야 가능해지나 봅니다. 

혹시 [똥친막대기] 읽으셨어요? 전 [달나라 도둑]을 읽기 전에 작가의 그 책을 먼저 읽었습니다. 나뭇가지가 어떻게 똥친막대기가 되었는지,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여정을 거치는지를 아기자기하게 그려낸 이야기랍니다. 노란빛이 섞인 표지 때문인지 희망적인 느낌도 들어요. 그런데 그런 기분으로 이 [달나라 도둑]을 펼친다면 아마 '어라'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달나라 도둑]은 우화집으로 <길>, <소년과 소녀>, <이야기>, <인생>, <꿈> 이라는 다섯 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챕터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총 62가지 이야기이지만 책의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으니 아마 또 한 번 '어라' 하실지도. 저는 책을 읽을 때 ' 이 작가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를 생각하곤 해요. 그건 추리소설이든 단순히 오락을 위해 읽는 책이든 변함이 없죠.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내놓은 게 아닐까-라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건 이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그런 식으로 바라보게 되니 어쩐지 책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물론 뭔가를 느끼게 하고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최고의 방법은요, 그냥 작가의 상상력에 몸을 맡기는 거에요. 우리가 생각할 수 없었던 이야기, 그럴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온갖 이야기 속으로 두둥실 떠서 슉슉 맛보고 다니는 겁니다. 

가끔은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허황된 이야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툴툴대기보다 '상상력'이라는 즐거운 세상 속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는 작가의 손길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물론 우화집인만큼 무언가를 배운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배우고 느낀 것이 없으면 어때요~이 책과 함께 나는 상상력의 바다를 마음껏 헤엄쳤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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