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1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는 문구가 적힌 작품은 평소보다 책을 고르는 시간을 덜어준다고 할까요. 어떤 작가가 썼는지, 무슨 내용인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저도 요 문구 하나로 집어들 정도로 이 상은 꽤 신뢰도가 높아요.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비록 1위를 하지 못했어도 놓치면 안타까울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순위권 내에 진입해 있거든요. 지극히 일본적인 풍미를 솔솔 풍기는 표지의 [경관의 피] 는 그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2008년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올해 2월 일본에서는 드라마 판 <경관의 피>가 방영되었습니다. 중년임에도 당당하고 날카로운 매력을 풍기는 에구치 요스케와 '닥토 고토'로 유명한 요시오카 히데타카, 꽤 잘 생긴 얼굴임에도 어쩐지 정감이 안 가는 이토 히데아키와 단연 멋진 시이나 깃페이까지, 출연진만으로 본다면 대박 드라마를 예감하게 한답니다.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볼까, 책을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원작을 먼저 접하기로 했습니다. 드라마를 먼저 봤다가는 원작을 멀리 할 가능성이 꽤 높았기 때문이지요. 히. 

이 작품은 3대에 걸쳐 이어지는 경찰가문의 이야기입니다. 1대인 안조 세이지와 2대인 안조 다미오, 그리고 3대 안조 가즈야까지 그들의 경찰로서의 행적과 사건수사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요. 각각의 인물들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물론 다르지만 그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사건도 하나 존재합니다. '남창 살인 사건'과 '철도원 직원 살인사건'이 그것인데요, 1대인 안조 세이지는 이 사건의 범인을 눈치챈 후 곧바로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자살로 판명된 그의 죽음을 의심한 2대 안조 다미오와 3대 안조 가즈야가 결국은 범인을 밝혀내는, 기나긴 사건일지라고 할까요. 

이 책은 미스터리이기는 하지만 딱히 미스터리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한 작품입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이지의 이야기, 일본 청년들의 학생운동이 가장 격렬하던 시기에 잠입수사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던 다미오의 이야기,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가즈야의 이야기는 일본 역사의 한 축을 이루고 있어요. 각각의 시대의 일본의 분위기와 상황 등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3대 가즈야가 밝혀내는 진실 속에서 과연 경찰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어디까지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 등등 약간은 예민한 소재를 툭 던져놓고 작가는 휙 사라져버립니다. 의외의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깜찍한 작품이죠. 범인을 추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범인 찾기에만 몰두하다보면 이 책의 진정한 재미를 놓칠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전 이제 드디어, 마침내, 드라마 <경관의 피>를 시청할 거랍니다.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일본의 모습을 어떻게 그렸는지도 궁금하고 안조 3대가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등장할 지 기대됩니다. 원작과 책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는 건 참 신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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