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엄마, 고마워요. 멋대로 굴었던 거 죄송해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이에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웨터를 주신 거,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p244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출간된 이 책을 공교롭게도 해를 넘긴 후에야 읽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그저 흥겨운 분위기를 즐겼던 탓에 '크리스마스 마법' 같은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눈꽃으로 가득한 테두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따뜻한 스웨터. 그 스웨터를 보니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신 내 스웨터들도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완성된 스웨터를 나에게 입혀주시며 뿌듯함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엄마의 눈도. 크리스마스는 이미 지나버렸지만 이 책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스웨터같은 작품이다. 

빵가게를 운영하던 아빠를 병으로 잃은 열 두살 소년 에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살림이 어려워지자 열심히 일하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에디의 소원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검은색 바나나 모양 안장이 달린 빨간색 허피 자전거'를 선물로 받는 것이다. 자전거를 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하느님께 기도도 많이 했지만 크리스마스에 에디를 반긴 선물은 자전거가 아닌 엄마가 만들어준 스웨터. 마음 속에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에디의 가슴 속은 자전거를 선물로 받지 못했다는 서운함과 심통으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할아버지댁을 방문해서 하룻밤 묵고 올 계획이었지만 에디의 고집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뜻밖의 사고로 에디는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만다. 그리고 찾아온 에디의 고통과 방황, 그리고 성장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져있다. 

크리스마스에 읽었다면 더 가슴 깊이 다가왔을 소설이지만 이 책은 일년 중 아무때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에디의 성장소설이면서도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음데도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고 산다. 그리고 우리가 갖지 못한 것만 바라며 그것만 손에 들어오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 믿기도 한다. 하지만 에디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자신이 가장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에디의 슬픔과 방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고집불통 소년의 모습은 가끔 나를 화나게 했다. 그런 에디를 포근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우연히 만난 러셀 할아버지다. 그들이 에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삶이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우리를 지탱해줄 수 있을 것처럼 아름답고 희망차다. 결국 그들의 사랑과 끈기로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에디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화이트 크리스마스조차도 기적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에게도 이 책의 결말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에디같은 행운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주위를 한 번 잘 둘러보자.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을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지는 않았는지. 만약 그랬다면 구겨진 스웨터를 잘 정리하는 것처럼 방치된 그것도 탁탁 털어 바르게 걸어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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