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뭘 원하는지 알고 싶으세요? 전 기니피그가 되는 게 지긋지긋해요. 내 기분이 어떤지 아무도 묻지 않는 게 지긋지긋해요. 지긋지긋한데, 이 가족은 젠장 도무지 지겹지가 않아요-p296
 
흘려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어떤 작가는 가족을  '내다버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 정의했다고 한다. 엉뚱하다 생각하면서도 그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가족은 어쩌면 정말 그런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만큼, 때로는 미움이 배가 될 때가 있다. 가족이란 이름 아래 남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소한 말 한 마디에 날카로운 칼날처럼 반응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만큼은 절대적으로 이해받고 싶고 어리광피우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 관한 최초의 정의는 가족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형제, 누군가의 손자손녀. 그리고 우리의 탄생은 축복 속에서 이루어져야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 당연하게 여겨져야 할 탄생이 가족의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여기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고 싶은 한 소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피츠제럴드. 안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안나의 언니, 케이트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 어릴 때 발병한 백혈병으로 케이트는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의 부모 사라와 브라이언은 케이트에게 골수를 기증해 줄 맞춤형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다. 세간의 관심을 끌며 사라는 안나를 임신했고, 그렇게 '언니를 위해' 태어난 안나의 삶이 시작된다.
 
시작은 안나의 탯줄이었다. 그것은 케이트의 재발여부에 따라 성장주사, 공여자림프구 주입, 림프구 기증, 골수 채취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신장을 이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언니에게 모든 것을 바쳐왔던 안나는 신장기증을 거부하고-내 몸의 권리를 차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며 변호사 캠벨 알렉산더를 찾아간다. 결국 전직 변호사였던 엄마 사라는 스스로 자신을 변호, 아빠 브라이언은 안나 편에 서서 증언을 하면서 그들의 가정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안나의 눈으로 보여지는 세상은 내 마음도 억울함으로 가득하게 했다. 안나와 큰아들 제시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케이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늘 케이트만을 챙기는 엄마 사라는 내가 안나였어도 소송을 하게 만들만큼 안나에게 잔인하다. 하지만 막상 사라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또 그런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아이는 커녕 미혼인 나이기에 엄마인 사라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이 시리도록 전해져온다. 사라 뿐만 아니라 아빠 브라이언, 케이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에 염증을 느낀 큰아들 제시가 털어놓는 각자의 이야기는 과연 이 소송에서 누가 진정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되묻게 한다. 소송은 진행되고 결과는 나오겠지만 안나든 사라든 그 누구도 진정으로 이겼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의 관계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케이트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이 바라보는 케이트의 모습은 안타깝지만 아름답다. 소송을 제기한 안나에게 원망을 품었을만도 한데 그녀는 한결같이 차분하다. 게다가 사라의 눈을 통해 보여진 케이트의 첫사랑은, 나라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지켜주고 싶을만큼 애처롭기까지 하다. 결국 이 책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지, 누군가의 눈을 통해 케이트를 바라보는지에 상관없이 매순간 목과 가슴을 꽉 막아버린다.
 
이 책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결국 형태만 다를 뿐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 점이 나를 오싹하게 한다. 내가 사라라면, 내가 케이트라면, 내가 안나라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한 선택이 옳았다고, 내 자식들을 모두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과연 그렇게말할 수 있을까. 답은 없다. 그저 우리는 주어진 운명에 아파하면서 그저 그렇게 살아야 할 뿐인 것이다.
 
아쉽지만 나는 마지막 순간 내 가슴을 죄어온 이 책의 결말에 실망했다. 늘 언니의 동생으로 있고 싶다고 말했던 안나. 그것이 그녀의 소망이기는 했지만 그 소망을 신은 너무도 가혹한 방법으로 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케이트는 언제나 안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안나의 존재가치가 빛을 보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안타까운 진짜 현실이 많기에 나는 그저 소설속에서라도 다시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안나의 가정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상'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알렉스 어워드 수상작이다. 누구든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상이라도 받을만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한 권의 책이 오늘밤 또 내 가슴을 휘저어놓는다.
 
밤하늘에는 다른 별들보다 유독 더 밝아보이는 별들이 있다. 망원경으로 그 별들을 들여다보면 쌍둥이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두 별은 서로의 궤도를 도는데, 때로는 한 바퀴를 도는 데 거의 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들은 엄청난 중력을 일으켜 다른 것들이 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청백색의 별을 보았다면 나중에야 그 옆에 동반성인 백색왜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첫 번째 별은 아주 밝게 빛나지만, 두 번째 별을 알아볼 때즘이면 너무 늦어버린다. -p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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