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선생님의 수첩에는 무엇이 있었나? -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대화의 시작 "입을 닫고 귀를 열어라"
페란 라몬-코르테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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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든 그 관계를 계속해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대화다. 내가 상대에 대해 아무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좋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그 사람의 말을 성의있게 들어주지 않으면, 그 관계는 곧 악화된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기를 바라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자신이 온전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과 생각은 서로 표현하고 밖으로 드러낼 때에만 상대에게 전달된다. 

주인공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와 '대화'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었다. 대화로 시작해 말다툼으로 끝나는 일상. 그런 삶이 지겨워진 주인공은 막스 선생님에게 조언을 바라지만 막스 선생님이 보낸 것은 텅 빈 수첩 하나와 바다로 나가라는 짤막한 편지 뿐이었다. 그 동안 아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낸 적이 극히 적었음을 깨달은 주인공은 아내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면서 그들 사이에 있었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노력한다. 그리고 막스 선생님이 보내 준 텅 빈 수첩에 행복을 부르는 그들만의 법칙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주인공과 아내가 발견한 행복을 부르는 법칙은 다음의 다섯 가지다. 바다로 나가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기간을 거치면서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라는 법칙을 얻었고, 항해를 하면서 바람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면서는 상대의 말에 집중하라는 법칙을, 작은 사고가 일어나 아내와 마찰이 있었을 때는 상대방의 감정 상태부터 파악하라는 것을. 폭풍우가 닥쳐 큰 혼란을 겪고 마침내 그것을 이겨냈을 때는 감정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법칙을, 전체적인 항해를 돌아보면서는 상대에게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대화하라는 법칙을 얻었다. 

많은 책들이 인간관계와 대화를 강조한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둘임은 다른 사람의 말을 좀 더 성의있게 들으라는 표시라는 것을 재차 상기시킨다. 그런데 그런 책들은 대부분 밖을 향한 대화법에 관해 기술하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어떻게 대화를 해야하는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밖을 향한 대화법 뿐만 아니라 안을 향한 대화법도 중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자주, 그리고 크게 상처를 입히는 대화를 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집에서 가족에게 말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다. 밖에서는 하하호호 웃으면서 집에서는 가족에게 짜증을 내지는 않았나,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귀담아들으려고 했었나, 내 감정 때문에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었나. 안타깝게도 나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와 가족의 사이가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나쁜 것은 아니나 나의 대화방식을 고쳐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대화법들을 밖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제시된 대화법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로 모든 인간관계의 반석을 마련해줄 수 있을 규칙들이다. 쉽지만 우리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대화의 법칙들. 짧고 쉬운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기억에 남게 될 막스 선생님의 훌륭한 수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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