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월요일 - 참을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한 본심 작렬 워킹 걸 스토리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수현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살짝 참을 수 있지만, 나에게도 한 때 월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참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런 기분은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을 위해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고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를 찾아왔는데,  주말에는 집에 갔다가 일요일만 되면 다시 돌아와야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월요일은 이리도 빨리 돌아오는 것일까를 되뇌이면서. 편안하고 따뜻한 집에서 뒹굴거리다 대화상대라고는 오직 컴퓨터와 TV 뿐인 방으로 돌아가는 게 처음에는 무척 싫었었다. 지금이야 많이 익숙해졌고 나의 사랑하는 책들을 더욱 가까이 하게 되었으니 망정이지만.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직장에 간다.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준비해서 출근. 일 하다 퇴근해서 집에 와서 씻고 저녁먹기. 이러다 보면 하루가 금새 가는데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는 '독서'다. 주변이 아파트 단지인 데다 동료들과 어울리려면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퇴근 후 멀리 가는 적이 별로 없는 나에게 책은 안성맞춤의 친구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있고 그런 인간관계도 중요하지만 매일 에헤라디야 놀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결코 퇴근해서 책을 보는 나의 생활이 따분하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주인공 네네는 그런 면에서 나와 많이 닮았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녀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즐거움을 느끼는 일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N게이지용의 150분의 1 크기로 집이나 건물 모형을 만들 때이다. 내가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길 때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비록 낙하산으로 출판사 경리부에 입사한 그녀이지만 맡은 일은 착실히 해내고 바르지 못한 일에는 따질 줄 아는 당당함도 지녔다. 그런 그녀의 일상은  무지갯빛의 일주일로 채워져있다. 

네네의 소개글이라 할 만한 <참을 수 없는 화요일>, 속옷 쇼핑을 했다가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린 <모두에게 비밀인 화요일>, 지인의 자살로 인해 불륜녀로 오인받은 <눈물 나게 외로운 수요일>, 회사 내의 불합리한 인간관계를 그린 <달콤 쌉쌀한 목요일>, 신나는 금요일 밤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얻은 좋은 기분을 표현한 <그래도 기쁜 금요일>, 절친한 동료인 야야의 퇴직과 그녀를 좋아하는 사카우에, 그 사이에서 의도치 않게 사랑의 큐피드가 된 <목숨 겁니다, 주말입니다>, 그리고 일상의 되풀이를 이야기하는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월요일> 까지 각각의 요일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워킹걸의 생활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은 월화수목금토일의 되풀이다. 매일매일의 규칙적인 생활, 아쉽게 지나가버리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밤, 너무나 빨리 찾아와버리는 아침. 우리 모두는 매일의 그런 생활을 따분하다거나 지루하다고 치부해버리지만 한 번 잘 생각해보자. 정말 우리의 오늘에 사건사고가 없었는지. 오늘만해도 나는 수능맞이 대청소를 하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고, 수능을 앞두었지만 여전히 밝은 아이들의 미소를 볼 수 있었으며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하게 보이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도, 자랑스럽게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먼 훗날 돌이켜 생각하면 추억이 되는, 그런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힘든 하루 중 맛보는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에도 마음이 풀어진다. 그런 행복함을 알아주는 네네가 있어 다행이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이 책이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어딘가의 다른 누구도 이 책을 보면서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 않을까.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은 오겠지만 그래도 직장이 있고, 취미가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 동안의 칙릿들이 터무니없는 꿈같은 사랑과 초현실적인 멋진 생활을 그리고 있었다면, 이 책은 직장 여성의 마음과 에피소드를 포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네네는 자신은 전혀 멋진 여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바른 몸과 마음으로 일하고 생각할 줄 아는 그녀야말로 멋을 아는 사람이고, 평범한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아~이제 몇 시간 후면 또 다시 반복적인 일상이 시작되겠지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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