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라이프 1
김태양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직업상 학교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있는 편이다.  젊은 교사들에게 보내는 글귀, 교사와 제자들이 주고받은 편지모음집, 우리의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책까지 내 모든 정신이 온통 '학교'에 쏠려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의 생활모습과 사랑을 그려냈다는 이 책 또한 나의 그런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 없었다. 가뜩이나 두 살 어린 남동생도 나와 세대차이를 느낀다는데 학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이해받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요즘 고딩들의 사랑도 우습게 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리다고 해서 사랑을 모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린 그들의 사랑을 별 일 아니라고 치부해버리는 사람은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같은 작품에서 감동을 느낄 수 없으리라. 문학작품에서 어린 그들의 사랑이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어린 학생들의 사랑 또한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이 어떤 점을 걱정하는지, 학생들을 둘러싼 환경이 어떤지 잘 알지만 사랑은 나이의 많고 적음, 성장의 발달 단계에 상관없이 언제나 우리 생활의 중심을 차지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밝힌다면 나는 이 책을 읽고 약간 실망스러웠다. 책을 펼치기 전에 내가 이 책에 가지고 있었던 바람은 이랬다. '그래, 띠지에 고딩들의 사랑법 훔쳐보기라고 적혀있지만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상 그 외의 이야기들도 있겠지. 사랑과 함께 전개되는 그들의 학업에 대한 고민, 어른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 있을 거야' 그러나 이 책은 시종일관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부모님의 재혼으로 인해 형성된 가족, 그 안에서 일어나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 간의 사랑, 학생들끼리 서로 불러대는 이상한 별명, 변태스러움을 자처하는 주인공의 친구까지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흡사 일본만화의 한 장면 같았다. 

톡톡 튀는 고딩들의 특징들을 잘 표현했다는 점까지 부정하지는 않겠다. 요즘 학생들의 개방적이고 발랄한 모습은 잘 나타나있지만, 거기까지다. 시간 때우기용으로 읽기에는 적합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계속 기분이 이상했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학교라는 공간이 침해당한 느낌이었다. 동화같고 밝은 학교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남자와 여자의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오락성을 중시한 책을 읽고 이리 분석하고 따지려 하다니. 하지만 그만큼 내가 이 책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뜻도 되겠다. 재미와 허구, 분명 소설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의 현실을 반영하고 학생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이야 말로 진정한 [스쿨라이프]라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기에 무척 아쉬웠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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