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도 굴하지 않는 길동 -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홍길동전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 고전 5
허균 원작, 박민호 글, 정승환 그림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옛이야기를 붙잡고 읽은 적이 도대체 얼마만일까.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함에도 세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라고 애써 위로하고 싶다. 나에게 온 이 책, 홍길동전도 그랬다. 홍길동이 서자이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여 활빈당을 일으켰다는 것, 나중에 율도국의 왕이 되었다는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결말이 어땠는지 도대체 생각이 나지 않지 않는 것이다. 

결국 오기 반, 호기심 반으로 홍길동전을 읽기 시작했는데, 유치할 거라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기승전결의 뚜렷한 구분, 탐관오리의 재산을 빼앗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홍길동의 정신이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타의 다른 그림책이나 전래 동화책과 달리, 이 책은 '고전으로 만나는 종합교육시스템'을 지향한다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지은이 허균의 소개와 그와 관련된 시대상황, 홍길동전이 씌어진 시대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작품에 대한 해석과 책을 읽다보면 어린이들이 궁금해할 질문, 비교해서 읽으면 좋은 도서들까지 매우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이 책 한권으로 여러 갈래로 생각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다. 

다만, 지금도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어째서 임금이 뛰어난 재주를 가진 홍길동을 붙잡으려 하지 않았는가이다. 홍길동의 뛰어난 실력도 보았고, 그에게 병조판서의 벼슬까지 내렸다면 어떻게든 그를 붙잡았어야 하지 않을까. 서자인 길동이 과거도 보지 않고 갑자기 벼락출세를 하는 것은 개방적인 소설을 썼던 허균에게마저도 허용할 수 없는 범위였는지 새삼 궁금하다. 

21세기를 맞이하여 창의성이 교육의 중요성의 주된 주제로 일컬어지는 요즘, 한 권의 책을 통해서, 특히 우리의 고전을 통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겠다. 고전을 단순히 옛날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고, 현재의 우리 모습과 비교하면서 읽어도 독특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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