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랩소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들으면 깜짝 놀랄 제목이다. 아이들이 유괴당하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은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데, 그런 무서운 단어에 '랩소디'라는 서사적이고 영웅적인 성격을 띄는 단어가 결합되어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장하지 마시라~띠지에도 적혀 있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재수 없는 유괴범'이라고. 그리고 그림을 자세히 보라. 타칭 (자신은 여행중이라고 믿고 있는) 유괴된 아이가 유괴범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 

멋진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세 번의 징역을 살고 나온 다테 히데요시. 그는 지금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자신이 일하던 가게의 주인을 밀치고 돈을 훔쳐 영업용 차를 타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며 전혀 죽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느릿느릿 죽음을 준비하는 그의 차에 한 꼬마가 방문했다. 히데요시는 단순히 부잣집 아들이라고 생각한 그 꼬마는 그 일대를 주름잡는 야쿠자 조직의 조장 시노미야의 외아들, 여섯 살의 덴스케였다. 속사정도 모르고 어설픈 유괴 계획을 세운 히데요시는 덴스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꼬마에게 우정을 느낀다. 하지만 시노미야 조직과 대항하는 홍콩 마피아와 유괴의 냄새를 맡은 경찰, 그리고 아들을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시노미야 조직 일당이 그런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이 책은 히데요시의 유괴 일지가 아니다. 함께 캐치볼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동생 히데지를 추억하고, 자신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히데요시의 성장소설이자, 순수하고 용감한 꼬마 덴스케의 즐거운 여행 이야기다. 가난과 함께 서른 여덟 평생을 보내온 히데요시와, 많은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부유한 생활을 보낸 덴스케는 어찌 보면 그다지 어울릴만한 콤비가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히데요시도, 부유한 덴스케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그것은 가슴에 자리잡은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감정. 덴스케를 바라보며 제대로 살았다면 이만한 아들이 있겠지라고 회한에 잠기는 히데요시와,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으로 항상 냉정한 모습만을 보이는 아빠에 대해 무서운 인상만 간직한 덴스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올 오브 더 오케이이~'를 외치고, 마음 속으로 덴스케를 내려주신 신에게 감사하는 히데요시와 그의 계략 아닌 계략도 모르고 시종일관 엉뚱한 세계를 보여주는 덴스케의 만남은 처음부터 웃음을 연발시킨다. 현실세계였다면 분명 공포감을 일으켰을 야쿠자들의 울부짖는 모습과 우루루 몰려다니는 모습은 표지 그림과 딱 어울리며 무서움은 커녕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히히히히이~익' 이라거나 '꽥'이라는 등의 사실적인 대사들도 넘쳐나서 자신도 모르게 푸하하 웃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은 감동의 해피엔딩이니, 이 작품에 더 바랄 것이 뭐가 있을까.

오기와라 히로시는 [하드보일드 에그]와 [유랑가족 세이타로], [벽장 속의 치요], [신으로부터의 한 마디]등으로 유명한 작가다. 어느 작품에서나 무거운 주제도 유쾌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만의 글쓰기를 구사하고 있으며,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하는 그의 작품 성향이 나는 참 좋다. 

'유괴'라는 무서운 범죄를 상처를 치유하고 우정을 키워나가는 감동의 스토리로 재탄생시킨 오기와라 히로시. 그의 이번 책은 그만의 유머와 독특한 글쓰기를 유감없이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남김없이 읽으며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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