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s 더 뉴스 -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
쉐일라 코로넬 외 지음, 오귀환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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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빠지지 않고 신문을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우리나라 주요 기사와 세계 강국의 기사, 관심이 집중된 기사를 제외하고는 국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두 알기란 불가능하다. 어쩌면 나만의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득 이 책을 읽고나니 신문을 보는 눈이 새로워진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기사가 몇이나 될까. 서양 기자들이 쓴 아시아 기사가 아니라 아시아인이 쓴 아시아 기사는 또 과연 몇 개나 될까. 

이 책은 그 동안 서구인의 눈으로 보도되고 서구인의 감각으로 쓰여왔던 기사들에 반발한, 아시아 기자들의 특종을 엮었다. 아시아 기자들이 발로 뛰어 취재한 기사들은 서양기자 '친구'들에게 건네져 '최초 인터뷰', '최초 보도' 의 이름을 달고 세상으로 나왔다. 아시아 기자들이 열정으로 만들어낸 기사 위에 서양인들의 눈이 더해진 기사는 과연 아시아의 사정을 제대로 보도하고 있을까. '서구 중심주의'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대신 '아시아중심주의'를 옮겨 심겠다는 뜻은 없다고 밝혀 둔 이 책은 아시아의 언론인들의 열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인기 많던 배우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비리로 인해 물러났다. 그 배경에는 기자의 용기와 빛나는 언론인의 정신이 있었다. 네팔에서 일어난 왕세자 사건에는 진실 말고는 어떤 것도 발표하지 않겠다는 긍지가 있었고, 독가스가 도시를 뒤엎은 사건에는 잘못된 점을 끝까지 바로잡겠다는 열정이 있었다. 검열에 대한 반대의지와 조심스럽지만 군주제에 대해 말하는 언론인들의 목소리는 어쩌면 작지만 그 누구도 비판하지 못할 힘이 숨어 있다. 기사가 검열을 통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고민과 과연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하고 본다'는 그들의 열정은 내 가슴 속에도 불꽃을 터뜨렸다. 

사실 그 동안 기자를 보는 내 눈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TV에서 그들의 모습을 잘못되게 묘사한 탓도 있겠지만, 내 눈에 그들은 특종을 터뜨리기 위해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는 별종에 지나지 않았다. 정의와 진실을 실현하기 위해 기자가 되었을 그들이지만, 큰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마이크를 들이미는 모습 등에 적잖이 실망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특종만을 위해 살아가는 기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 나라와 대기업이 숨기려는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다. 그리고 처음으로 기자라는 직업이 참으로 보람되고 멋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디 그런 기자들이 나라 안팎에 넘쳐서 어떤 나라든 인간의 권리가 보장되고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 9명의 기자들이 쓴 기사들 중에는 내게 친숙한 것도, 낯선 것도 있었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 본문 뒤에는 주요 용어들이 정리되어 있어 쉬운 이해를 돕는다. '아시아중심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시아의 뉴스가 아시아 기자들의 이름으로 당당히 발표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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