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 치료 - 상처를 힘으로 바꾸는 놀이 치료 심리학
정혜자 지음 / 교양인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과 방송에서 접하는 기사 중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청소년 문제에 관한 것이다. 따돌림, 학교폭력, 교실 붕괴. 말만 들어도 예전 내가 즐겁게 뛰어다녔던 학교가 이제는 힘들고 어려운 곳이 되어간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청소년 문제,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는 누구는 가해자고 누구는 피해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표면적으로는 친구를 따돌리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가 가해자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의 마음 속에 어떤 상처가 있어 그 같은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 TV에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엄마에게 험한 말을 하고 폭력을 일삼는 아이, 배변활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 자기가 좋아하는 이불 없이는 안정되지 못하는 아이 등등, 방송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그 동안 막연하게 그려왔던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저래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심각한 상황도 몇 번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가족과 아이의 일상을 관찰하고 의견을 전달해서 아이의 행동을 조금씩 바꿔가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문제와 어느 정도 성숙한 아이들에게서 보여지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약 아이들의 마음 속에 어떤 상처가 있다면 그 상처를 치료하고 약을 발라줘야 올바른 청소년, 떳떳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과 인터넷, 협동적인 생활보다는 개인생활에 더 치중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일수록 상대와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상처받고 이기적인 성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놀이치료를 이용하여 어린이의 성장을 돕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30년 가까운 시간들을 자폐아들과 일반 어린이들을 통합하여 교육시키는 어린이집, 어린이 심리치료를 연구하고 실시하는 인간발달복지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어린이의 마음을 읽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을 해온 저자는 국내 어린이 놀이 치료의 개척자이다. 자신이 어린이의 아픈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렸을 적 외로움에 대한 다독임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책에서 어린이 놀이 치료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내용을 균형감있고 차분하게 잘 이야기한다. 

놀이치료에 대한 개괄을 다룬 <놀이치료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하여 놀이치료에 앞서 우리가 알아야 할 <어린이의 발달과정>, <놀이치료의 진행>, <놀이 치료의 실제>, <치료자와 어린이의 관계 맺기>와 실제적인 예들로 구성된 <놀이 치료에 따른 심리 변화>, <놀이 치료 전 과정을 압축한 사례>, <그림 속 마음 찾기>, 마지막으로 <동양정신에서 배우는 치료자의 자질과 덕목>까지 몸과 마음 전반에 걸쳐 놀이치료에 대해 역설한다. 아이를 갖기 전에 미리 임신에 대해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부터 아이의 발달상황에 관한 특징을 체크하고, 놀이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조바심을 내지 않아야 하며, 차분히 아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 등 아동과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부터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는 주부까지 알기 쉽도록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에서 유독 마음에 드는 것은 실제적인 사례를 많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놀이치료에 관해서는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배운 교육심리학 책에는 예시가 잘 나와있지 않았었다. 사실 우리 모두 이론에는 정통하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이니 부모의 바람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어릴 때의 습관이 성격형성에 중요하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 등 머리로 아는 것은 많지만 실제로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 상황들 모두에 대비할 수는 없겠으나 이 책에 실린 상황들만이라도 충분히 숙지하고 여러 상황을 생각해 자신 나름대로의 방안을 미리 마련해둔다면 어린이의 다친 마음을 감싸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놀이 치료는 상처를 받은 아이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모든 어린이들에게 예방 차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이 많은 상처받은 아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더 나아가 청소년 문제 해결과 몸은 성숙했으나 정신은 성숙하지 못한 성인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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