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가 꿈을 키우는 섬, 마다가스카르
김준희 지음 / 솔지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여행서를 이처럼 충실히 읽은 적이 언제였나 싶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여행서들 중에 어느 하나를 딱 집어 읽기란 참으로 곤혹스럽다. 비록 지금은 떠나지 못해도 언젠가는 떠날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그렇게 믿고 싶기에 한 권의 여행서라도 제대로 된 책을 읽고 싶다. 지나치게 명소 중심이어도 곤란하고, 너무 감상 위주여도 안 되며, 사진만 많고 글이 적어서도 읽는 맛이 나지 않는다. 내가 까다로운 탓도 있겠지만, 어쩌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서글픈 이 마음을 제대로 된 여행서 한 권으로라도 보상받고 싶은 것을. 

'마다가스카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어린왕자와 그가 B-612 행성에서 키우던, 그러나 나중에는 키울수 없었던 바오밥나무가 있는 곳이라는 것, 수도가 안타나나리보라는 것, 그것이 내가 아는 전부다. 사실 마다가스카르를 주제로 한 여행서를 이 여름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한 권 읽었다. [호텔 마다가스카르]라는 책이었는데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무작정 마다가스카르를 향해 떠나는, 아주 발랄하고 재미있는 여행서였다.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너무나 신선한 느낌에 아프리카에 있다는 마다가스카르를 그 때부터 나의 여행 목록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호텔 마다가스카르]는 여행과 그 길목에서 만나는 로맨스가 적절히 어우러져 로맨틱하고도 달큰한 느낌을 풍긴다면,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는 좀 더 여행안내 쪽에 가까운 느낌이다.

저자는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가 보고 싶어 마다가스카르 행을 결심했고,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도착하자마자 바오밥나무를 볼 수 있는 무릉다바로 향한다. 그가 그토록 보기를 소원했던 바오밥나무의 모습은 나에게는 비록 사진상이었지만 정말 굉장했다. 다른 나무들이 기둥의 가운데 부분부터 줄기가 생겨나는 것과는 달리, 바오밥나무는 줄기가 전부 꼭대기에 모여 있다. 바오밥나무의 괴상하고도 멋진 모습과 푸르다 못해 보랏빛으로 보이는 하늘이 합쳐져 이 세상의 것이 아닌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봐도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감동을 멈출 수 없는데, 직접 눈으로 보면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어질만한 가히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바오밥나무의 사진을 보고 난 후 여우원숭이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체 여우원숭이는 어떻게 생긴 걸까 조바심을 내며 책장을 넘겼더니 라노마파나에서 여우원숭이를 만났다. 보통 동물원에서 끽끽거리며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못생긴 원숭이들을 상상했지만, 아니 이게 웬걸!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북실북실한 털을 가진 원숭이가 금방이라도 만져볼 수 있는 거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이 사진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마다가스카르에는 여러 종의 원숭이가 살았지만, 자연이 파괴되면서 점점 멸종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마다가스카르의 모습이 그대로 지켜지기를 바라는 것은 현지인들의 삶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모습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욕심인 걸까. 

저자는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를 볼 수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남쪽을 여행했다. 많은 양의 사진과 상세한 설명이 이어지지만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때때로 녹아들어간 저자의 생각들은 이 여행서에 더욱 빠지게 만든다. 마다가스카르에 관한 훌륭한 여행지침서인 동시에, 일상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금새 마다가스카르로 인도하는 친구의 일기같은 책이다. 

인터넷도 잘 안되고, 기둥이란 기둥에 도마뱀과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곳이지만 맑은 웃음과 친절함이 존재하는 곳.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멋진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다녀왔다. 언젠가는 내 두 발로 직접 마다가스카르의 땅을 밟아보고 싶다. 그 때는 나도 꼭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를 보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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