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비틀즈의 멤버, 오노 요코의 남편, 마음의 병을 앓는 이에 의해 사망. 이것이 내가 존 레논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다. 아, 하나 더 있다. Let it be 라는 노래. 이제는 아주 옛날 영화가 되어버렸지만 그 때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비트]를 통해 이 노래를 알았다. 존 레논은 1970년 밴드가 해산할 때까지 멤버들과 13장의 음반을 발표했고, 그 후 그 혼자 솔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1975년 오노 요코와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자 4년 동안의 공백기를 갖는다. 그 후 발표된 그의 음악은 예전 음악과 그 빛깔이 뚜렷하게 달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 4년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해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4년의 공백기에 존에게 일어났던 일의 실화같은 상상이다. 

창작활동을 멈추고 주부로 생활하는 존 레논. 매년 여름휴가를 일본에서 보내는 그의 곁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주니어, 그리고 집안일을 돌보아주는 다오씨가 있다. 어느 날 존은 롤빵을 사러 나갔다가 어머니를 닮은 여성을 보고 심한 현기증을 느끼고, 다리가 웃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 날부터 시작된 정체불명의 복통과 변비. 그의 변비 앞에서는 그 어떤 강력한 변비약과 관장약도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고통과 씨름하는 그에게 아내 요코는 '아네모네 병원'을 소개해주고, 진료를 받기 시작한 날부터 젊은 시절 그의 기억 한 구석을 차지했던 사람들이 하나씩 그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희미한 안개 속에서 시작된 사람들과의 조우를 통해 존의 가슴에 있던 응어리의 정체가 드러난다. 과연 '아네모네'병원은 어떤 곳이고, 안개 속에서 나타난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그를 찾아오는 것일까. 

이 작품은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이다. 그래서 그런지 앞서 만났던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무작정 웃게 만들면서도 삶에 대한 가볍지 않은 시선을 가진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으나,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약간 더 짙은 듯하다. 얼마 전 읽은 그의 책은 [스쿠살, 도쿄] 였는데 화장실에 관한 에피소드 부분에서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것도 한창 사람이 붐빌 때인 퇴근길 지하철에서. 사실 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참 많이 웃었다. 특히 화장실에서 변비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은 정말 압권이다. 누가, 팝스타 존이 화장실에서 그처럼 애를 쓰리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사람의 상처는 몸에 있을 때보다 마음에 있을 때 더 치유하기 어려운 것 같다. 몸에 있는 상처는 약을 발라주고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져 새살이 올라오지만, 마음에 있는 상처에 약을 바르고 새살이 돋길 기다리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과정이다. 그 상처와 기억의 시간들은 언제 어디를 가든지 우리들을 따라다니면서 더 자주 아프게 하고 항상 느끼게 한다. 존의 변비는 악몽에응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날 자신이 잘못했던 일들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지 못하고, 마음에 응어리가 되어 버린 결과가 악몽으로, 변비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고보면 상처란, 상호작용을 한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우리 마음 속에 자리한다. 

'아네모네' 병원에서의 치료방법도 괜찮았지만, 결국 존은 자신의 상처를 그 스스로 보듬고 고친다. 상처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했고, 가족과의 사랑을 통해 그는 변화했다. 4년 동안의 공백기 후에 발표한 그의 앨범이 그 전의 음악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이 작품에 실린 것과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항상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정겨움에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오쿠다 히데오의 손에서 재탄생된 팝스타 존의 파란만장 변비 해결기.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단순히 재미만으로 이 작품을 정의하기에는 부족하다. 웃음과 함께 인간을 향한 깊이있는 시선을 가진 작가 오쿠다 히데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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