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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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는 미국의 작가 에드가 앨런 포의 이름에서 이름을 땄으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사후 추리소설의 장려를 위하여 '에도가와 란포 상(賞)'이 창설되었으며, 이 상의 위력은 대단해서 수상한 작품은 거의 큰 인기를 끈다고 한다. 그렇게 유명한 작가이지만, 나는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일본추리소설을 접할 때에도 이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어 궁금하던 차에 마침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을 만나게 되었다. 

전부 3권으로 기획되어 세상밖으로 나온 전단편집은 총 47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1권과 2권은 '본격추리', 3권은 '기괴환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는 모두 22개의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두툼한 두께에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어두운 표지는 보는 순간부터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벌벌 떨면서도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 파헤치기나  무서움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무서운 어둠의 세계로 끌려가버릴 것만 같은 생각에, 호기심보다는 공포심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2전짜리 동전>을 시작으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정통적인 추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개인적으로 3인칭 시점이나 '나'를 내세우는 전개방식보다 옆에 사람이 있어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문체를 즐기는데, 1권에 담긴 이야기들에 그런 문체들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작품 속 배경들이 모두 근대적인 생활모습을 그리고 있어, 옛 시대에 대한 정겨움 같은 것들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추리소설은 역시 추리소설! 인간의 마음 속에 담긴 어둡고 음울한 부분들이 생명을 가진 물처럼 꾸물렁꾸물렁 독자들을 잠식해간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심리시험>이었다. 돈에 눈이 멀어 한 노파를 죽인 살인자가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기 위한 심리시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 준비가 너무나 과했던 탓에 그만 경찰의 눈에 딱 걸리고 말았다. 마치 상대가 가위를 낸다고 미리 선언했을 때에 과연 어떻게 하면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상황과 비슷한 맛이 난다. 이 외에도 아케치 코고로(역시 이름만 많이 듣고, 누구의 작품에서 탐정으로 출연했는지 알지 못했던) 의 활약이 돋보이는 <D언덕의 살인사건>, <유령>, <흑수단> 등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은 짧은 분량 안에 사건과 극적 긴장감, 실마리,  통쾌한 해결 방식 모두를 보여주어야 하는 제약 안에서 하나하나가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때로는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깊어진다. 추리소설을 읽기 좋은 이 여름을 이 단편집과 함께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에도가와 란포의 세계로 충분히 빠져들고 싶게 만든, 다음 2,3편의 이야기들도 궁금하게 하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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