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사토 아키코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그림을 잘 그리는 재주도 없고 명화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나지만, 그림에는 나를 끌어들이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 무언가란, 이를테면 '향수'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내가 살아보지 못하고 결코 살아볼 수 없는 시대와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다. 보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일테지만 그림의 역사와 유래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존하는 모든 그림을 다 알고 보는 일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이럴 때는 역시 책이 최고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에서는 총6가지의 주제로 다양한 그림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상식'이라는 글자에 혹하기도 했지만, 굳이 그 글자에 얽매여 멋진 그림들을 감상하는 기회를 놓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상식'이라고 하기에는 생소한 그림들도 많기 때문이다. 실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으나 각각의 화가의 대표적인 그림들과 그에 곁들인 상세한 설명은 지금까지 본 그 어느 미술 서적보다 만족스러웠다. 그림의 유래, 그림 속의 모델, 화가가 그림을 그린 시기, 화가의 집안 배경 등은 그 동안 눈으로만 훑고 지나쳤던 많은 그림들을 다시 이해하고 생각하는 데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할 수 있는 한의 크기로 확대된 모나리자의 미소는 신비스러웠고, 요즘 부쩍 관심이 가는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과 그의 자화상들을 볼 수 있어 기뻤다. 이름조차 몰랐던 <아르놀피니 부부 초상>의 화가가 벨라스케스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보티첼리와 라파엘로의 그림들은 따스하고 아름다웠다.  미켈란젤로의 그림들은 그의 재능과 능력에 대해 감탄하게 만들었고, 카라바조의 다소 어두운 그림들은 내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으며, 베르메르의 <파란 터번을 한 소녀>는 어쩐지 가슴을 아련하게 했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임에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계속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트레이시 슈발리에라는 작가가 <파란 터번을 한 소녀> 그림을 보고 완성한 소설로, "베르메르가 내게 소설을 쓰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림과 글이 소통할 수 있다는 그 무한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벅차다. 이 외에도 드가, 르누아루, 모네, 마네와 마그리트,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전시회가 있었던 고흐의 그림들, 뭉크의 절규까지 다양하고 훌륭한 그림들을 맛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림이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설명 중에 '그림의 어디의 판자에는~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림을 잘 보면 ~가 있으며'라는 부분이 간혹 나오는데 아무리 그림을 들여다봐도 책 안에서 글씨나 작은 표징들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주제에 맞추어 동일 화가가 여러 파트에 나뉘어 나오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이 화가가 내가 알고 있고, 아까 본 그 화가가 맞는지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시간을 들여 한 번쯤 천천히 감상할만한 가치가 있다. 

삼양미디어의 상식 시리즈는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저]로 먼저 알게 되었다. 그 책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이번 명화 책도 상당한 기대를 품고 접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지지 않아 즐겁다. 저자가 -사토 아키코-라는 일본인인데, 일본에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소장한 박물관도 있고, 여러 화가들의 전시회도 꽤 열렸던 듯 하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에 실린 다양한 화가들의 멋진 그림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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