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T의 스타일 사전 - 스타일에 목숨 건 여자들의 패션.뷰티 상식 560가지
김태경 지음, 탄산고양이 그림 / 삼성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지금까지 스타일에 많은 신경을 쓰고 살아온 사람은 아니다. 학교 다닐 때도 청바지에 운동화를 즐겼고, 공부하기에도 그 차림이 가장 편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계속된 공부 탓에 패션이나 화장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20대중후반이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이 옷을 어떻게 입는지, 궁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신입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나나 내 친구들과는 확연히 다른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그들을 보면서 부러움도 느꼈고, 나도 저렇게 입어보리라 결심도 해보았다. 그러나 항상 편한 옷차림을 추구했던 내가 금방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사실 동안이라는 소리를 제법 많이 들어왔다. 20대중후반인 나에게 아직도 고등학생 같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너는 어째 나이를 안 먹느냐고 궁금해하던 사람도 있었다. 솔직히 예전에는 그 말이 무척 좋은 말인 줄 알았더랬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 싫어하고,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성형도 불사하는 요즘이기 때문에. 하지만 사람은 자기 나이에 알맞은 겉모습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다. 겉모습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사람의 속내를 다 알 수 없기에 결국 외모로 그 사람의 대부분을 판단한다. 그래서 젊다면 젊고, 늦었다면 늦은 지금, 이 책과 만나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패션 잡지 하나 사 보는 것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잡지계 10년을 달려온 사람답게 책에는 스타일의 가히 모든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항들부터-이를테면 나폴레옹 황제와 쇼메의 운명적인 만남(처음에는 쇼메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아디다스와 푸마는 형제관계?, 손가락이 짧고 굵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반지는? 등등- 청바지를 고르는 요령이나 샘플 화장품의 유통기한, 집중 다이어트 식단 등 실용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내용들이 무척 다채롭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쇼핑몰을 소개할 때는 위치나 전화번호를, 화장품을 소개할 때는 가격대를 함께 기록한 것이다. 단순히 어디의 뭐가 좋다라고 홱 던져놓으면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몇 사람은 인터넷과 사람들을 통해 찾아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넘겨버릴 것이다. 하지만 전화번호나 가격대같은 실용적인 정보를 보면서는 그 옷과 화장품에 대해 오랜 시간 고려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실용적인 정보 위주들로 책이 채워졌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패션이나 화장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처음부터 집어들고 보기에는 약간 부담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알프레도 베르사체와 지아니 베르사체 중 누가 진짜이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결혼할 때 입는 웨딩드레스 중 어떤 브랜드가 가장 인기가 많은지는 보통사람들이 생활하면서 깊이 생각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상식이라 한다면 나는 아주 상식없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스타일'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은만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패션이라는 분야에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노력은 조금 부족한 듯 보인다. 

이런저런 아쉬움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쇼핑명소와 연락처, 화장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잘못된 정보 등을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나에게 필요한 알짜정보들을 추리고 추려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그 날까지 열심히 연구하고, 내 자신을 많이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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