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제인 마플이 죽었다
수잔 캔들 지음, 이문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며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한 크리스티는 1971년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던 영국여왕으로부터 데임이라는 작위까지 하사받는다.  아직까지도 전세계의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그녀이지만, 정작 인생의 반려자인 첫 번째 남편으로부터는 그다지 사랑받지 못한 듯 보인다. 1926년, 돌연 아가사 크리스티는 실종되는데 그로부터 11일 후 발견된 그녀는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숙박계에 적은 이름은 남편 아치의 내연녀의 이름이었고 그 2년 뒤 그들 부부는 이혼했다. 

이 책의 주인공 쎄쎄 역시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녀 역시 첫번째 남편과 전쟁을 치루듯 이혼했으며 현재 두 번째 결혼을 준비중이다. 그녀가 사는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크리스티타운'이라는 곳이 지어졌는데 그 곳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소재로 한 추리극 테마도시. 분양의 시작을 알리는 날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속 탐정인 제인 마플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이 공연되지만, 정작 제인 마플 역을 맡은 배우는 시체로 발견된다. 희생자는 쎄쎄와 그녀의 약혼자에게 결혼식 때 출 춤을 가르쳐주던 리즈. 리즈에게는 루라는 남편이 있고, 그들 부부는 서로를 매우 아끼고 사랑했다. 의혹을 품고 스스로 탐정이 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쎄쎄는 테마도시의 투자자인 이안 크리스티를 의심하게 되고, 그 와중에 두 번째 희생자가 발견된다. 

작품은 '추리'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읽고 있으면 어쩐지 칙릿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어두침침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상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주인공부터가 왠지 '브리짓 존스'를 생각나게 한다. 커다란 체구에 사랑에 마음 아파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여자. 그런 주인공 때문인지 살인동기도 '사랑'과 관련이 깊다. 추리하는 과정에서도 긴박감을 느끼기보다는 '이 주인공이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걱정스러운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나는 오히려 그런 점때문에 조바심과 긴장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유쾌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약간 기대에 못미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아가사 크리스티가 11일 동안 실종되었던 사건이 1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사실은 작가인 쎄쎄가 그 날의 일을 추리해가는 것으로, 작품 속의 쎄쎄와 크리스티가 비슷한 점이 많아 마치 주인공이 두 명인것 같은 느낌도 든다.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그녀의 로맨스는 마치 양념처럼 여기저기 흩뿌려저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쎄쎄의 사랑과 크리스티의 사랑. 추리소설이었지만 어쩐지 알싸한 느낌에 쉽게 떨쳐내지 못할 책을 만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