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헉, 다행이다! 책 표지를 자세히 보니, [글래디 골드 시리즈1 ]이라고 적혀있다! 제목에만 눈이 가서 작가 이름 위에 있는 이 문구를 놓치고 있었다니! 하지만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왜 이 문구에 열광하는지 아마 아는 사람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75세의 전 세계 최고령 사립탐정 글래디 골드가 얼마나 우리를 매혹시키는지를. 게다가 그녀의 친구들은 또 어떠한가! 

1년, 2년..시간이 갈수록 과연 나는 나이를 먹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그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몸은 건강할지, 그 때도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눈은 좋을지, 자식들과 손자들의 사랑은 받고 있을지..생각하자면 끝도 없는 노후의 생활은, 아직은 나에게 낯설고 두렵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던가. 그 말이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는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이름. 글래디 골드. 나이. 75세. 취미. 추리소설 읽기. 그녀의 친구들인 아이다는 71세, 벨라는 83세, 소피는 80세, 프랜시는 77세에, 동생인 에비 또한 73세다. 우리의 주인공과 친구들이 사는 곳은 최연소자가 71세고 최고령자가 86세인 라나이 가든이다. 때가 되면 일어나서 아침운동을 하고, 풀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55세이하로는 어린애 취급을 하는 마트에 가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것이 일과인, 조금은 쓸쓸하지만 행복한 그녀들의 생활에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언젠가부터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노인들이 늘어난다는 것. 우리의 명탐정 글래디 골드와 그녀의 검투사(글래디에이터)들은 경찰조차 콧방귀를 뀌는 단서들을 찾아 모으며 살인자들을 찾아나선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기도 하지만 명랑소설이기도 하다. 다만 주인공이 탱탱하고 튼실한 몸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만 다를 뿐이지 재미는 그 몇 백배라고 단언할 수 있다.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이 검투사들은 도저히 할머니들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발랄하고 귀엽다. 같이 몰려다니며 수영을 하고, 맛있는 간식을 나누어먹고, 서로 비밀 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그녀들을 보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 일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우리의 글래디 여사는 멋진 신사분인 잭과 사랑까지 나눈다! 나이 75세에 가슴 뛰는 것을 느끼고 첫 데이트를 하기 위해 몇 시간 째 옷을 고르며, 정성들여 화장을 하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는 나까지 행복해졌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우리 주위의 어르신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들인데, TV에 나오는 독거노인들의 눈빛은 글래디 여사와는 달리 슬프고 공허하다. 외로움이란, 가장 지독한 병이다. 글래디 여사와 검투사분들은 비록 자식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친한 친구들이 옆에 있어 활기차다. 행복한 노후, 활기찬 생활, 누군가와 어울려 살아가는 것. 우리 모두가 꿈꾸고 원하는 것들이지만 어쩐지 현실과 소설이 너무 다른 것 같아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의 존재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 어디까지나 소설은 '현실에 있음직한 일'을 써서 보여주는 것이니까.  

 어쨌든 추리소설이므로 범인찾기도 중요하다. 몇 권의 추리소설을 탐독한 사람이라면 쉽게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의 살인동기가 그렇듯, 소설 속에서의 살인동기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다. 범인에 대한 응징을 바라는 내 마음을 우리의 검투사분들과 어르신들이 너무도 후련하게 풀어주셨다. 오늘밤부터 유쾌하고 상큼(?)하고 통쾌하고 발랄한 글래디 여사와 글래디에이터들의 재등장들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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