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부터 책은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 집에서도, 학교 쉬는 시간에도, 휴일에도 꼭 내 옆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고, 책이 없는 세상은 그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기능도 있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보며 가는 사람을 보면 괜히 친근함을 느끼곤 했다.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내가 읽었던 책일까' 하며 궁금증이 생겼다. 단지 펼치기만 해도 또 다른 세상으로 인도해주는 이 진귀한 물건이 내 옆에 있다는 것에 항상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그런데 이런 행복을 맛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니,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존 우드.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던 촉망받는 회사 임원이었던 사람. 네팔에서 책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만난 후, 그 때까지 이루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책과 도서관을 지어주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의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도 보지 않는 책들을 기증해달라고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자신의 아버지와 차근차근 꿈을 위해 계획을 세워간다. 처음에는 네팔, 그 다음은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 스리랑카, 에디오피아까지. 후에 지어진 그의 자선단체 이름은 'Room To Read (룸투리드)'다. 지금 그는 10년이 채 되지 않은 세월동안 개발도상국가에 150만 권의 도서를 기증했고,  3,000개의 도서관을 건립했으며, 200개의 학교를 지었다. 장학금을 받는 소녀는 1,700명이며, 기증한 책은 백만권이 되었다. 

자신이 쌓아놓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른 목표를 세워 새롭게 행동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그 또 다른 목표가 불명확하거나,  안정되고 보장된 삶을 떠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잠재되어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존 우드의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목표를 향해 실천하는 용기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그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책을 접하고 그 행복을 맛보기를 원한 존 우드의 자애로운 마음이 없었다면 그의 프로젝트는 이렇게 오래까지 계속되지 못햇을 것이고, 단순히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면  'Room To Read'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정확한 기준을 세워 단체를 운영해 나간 그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기부자들이 기부한 금액이 정확히 어디에 쓰일 것인지 알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해 사진과 서명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참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된다. 그로 인해 기부자들이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단체의 일원이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어 주변사람들에게도 권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를 만든 존 우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은 그의 정열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존 우드 뿐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자원봉사자들도 대단하다. 그들은 존 우드의 행동을 칭찬하는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에 참여하고 급기야는 일을 주도하기까지 했다.  'Room To Read'가 내세우는 여성에 대한 교육관이 마음에 드는 것은 물론이다. 

책이 묘사하는 그들의 기부문화 또한 놀라웠다. 나는 (혹은 많은 사람들은) 기부란 돈이 많은 사람들이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그것이 그리 크지 않더라도) 을 주위와 나눌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린 소녀가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평소에 어려워하던 연설을 하고,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의 규칙을 지키는 대신 부모들은 10달러씩을 내는 장면을 보면서, 기부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사람은 왠지 한비야씨와 같은 종류의 사람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사람.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 아직도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문맹이라며 전 세계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사람. 그가 전한 것은 책이었지만, 사람들이 받은 것은 '희망' 과 '미래'였다. 책 중간에 실린,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쩐지 나도 그들의 활동에 동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오늘밤,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그의 홈페이지의 문을 두드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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