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저도 모르게 "꺅"소리를 냅다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거나 신난 것을 만났을 때 나오는 (극히 드문) 저만의 동작을 취했죠. 바로 침대에 엎드려 주먹으로 팡팡 치며 '너무 재미있어!'라고 외치는 것. 뭐라고 말을 하면 좋을까요. [Q&A]는 정말 오랜만에 엄청난 즐거움과 짜릿함,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적당히 늦장을 부리고 일어나 TV를 켜신 분이라면 한 번쯤은 퀴즈 프로그램을 보셨을 거에요. 처음에는 여러 명이, 그러다가 점점 도전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마지막에는 홀로 무대에 올라 자기 앞에 다가온 문제의 답을 말해야 하죠. TV 밖에 있는 우리들이야 아는 문제가 나오면 맞추고,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틀려도 되지만 무대에 올라간 사람에게 있어 한 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기도 해요.  저는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항상 생각했습니다. 저들이 이 프로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명예? 성취감? 현실세계의 그들이 무엇을 원했든지와 상관없이 여기, 퀴즈쇼에 참가한 한 명의 젊은이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람 모하마드 토머스.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 종교가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이 이름을 딱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 좀 이상한 이름이군'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요. 그의 이름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성당에서 생활하는 그를 위해, 한 신부님이 힌두교와 이슬람교와 기독교를 섞어 지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이름이거든요. 보통의 책이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그가 퀴즈쇼에 참가해서 우승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경찰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있는 그에게 수호천사처럼 다가온 변호사 스미타. 스미타는 그에게 당신을 돕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퀴즈쇼와 관계된 모든 것을 밝혀달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람 모하마드 토머스의 굴곡진 인생이 하나씩 밝혀진답니다. 

잠깐!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가 살고 있는 나라는 바로 '인도'라는 것이죠. 문명의 발상지로 유명하고, 카스트제도로 인해 인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타지마할 궁전이 있고, 누구나 한 번씩 떠나기를 원하는 여행지로 꼽히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알쏭당쏭한 나라, 인도랍니다. 사실 저자는 인도 알라하바드의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법률가 집안이라면 상당한 지위와 재산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그런 그가 어째서 고아에다 행복해질만하면 불행을 맛보는 남자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요. 어쩌면 그는 처해진 상황에 따라 얻을 수도 있고 얻지 못할 수도 있는 '지식' 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삶을 살아는 데 필요한 '지혜'를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주인공은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못했거든요. 

어쨌든 람 모하마드 토머스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순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불행했지요. 부모라고 여겼던 신부님의 죽음, 소년원에서의 생활, 고통받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기도 했고, 성실히 일해 벌어 모은 돈을 빼앗기고, 실수지만 누군가를 죽이고..평범하다 못해 그 날이 그 날인 생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는 그런 람 모하마드 토머스가 무척 대단하게 보였어요. 끊임없이 고통받고 험한 처지에 놓이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그에게, 퀴즈쇼는 그의 인생을 집약해 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지요. 한 마디로 퀴즈쇼가 그를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행운을 바라는 자세랍니다. 행운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라고 할까요. 책을 읽어본 여러분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마지막의 동전 이야기에서 저는 전율을 느꼈어요.  어쩌면 작가는 카스트제도가 있는 인도를 배경으로, 행운을 가져오는 것은 법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아니며,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요. 

삶이란..참 신기해요.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연결되고 연결되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요. 과거의 어느 순간에서 우리가 선택한 일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결국 모든 일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게 되죠. 람 모하마드 토머스의 인생도 그랬어요. 퀴즈쇼의 한 문제 한 문제로 나타나는 그의 삶은 그가 만들어낸 것이었죠. 그랬기 때문에 그는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거에요.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 안 드세요? 

어때요? 책을 좋아하는 당신과 그 쪽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당신에게도 이 책은 꼭 권하고 싶어요! 인도의 생활을 엿볼 수도 있고, 람 모하마드 토머스에 대해 전부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아마 당신도 나처럼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질 거에요. 그러니, 읽고나서 우리 다시 한 번 이 작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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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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