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 나를 달뜨게 했던 그날의, 티베트 여행 에세이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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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여행기는 참 좋다.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내 몸과 마음을 단숨에 그 곳으로 데려다준다. 이번에 고른 곳은 티베트. 달라이라마, 차마고도, 사막길. 티베트에 관해 아는 것은 이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베트'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알싸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사진 한 장 제대로 본 적 없는 곳인데도 책을 펴든 순간 내 마음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오른다.
 
처음 나를 맞이한 것은 친구에 대한 작가의 애달픔이었다. 티베트에 가기 위해 네팔에 도착한 저자는 7년동안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한 사람을 만난다. 그저 산이 좋아 산이 보고 싶어 떠난 여행. 그 길목에서 그 둘은 친구가 되었다. 상황에 의해 친구의 에베레스트 트레킹에 동행하고 나서 저자는 티베트로, 친구는 또 다른 히말라야 무스탕을 향해 떠난다. 누구든 먼저 돌아오는 사람이 메일을 보내기로 약속했지만 저자가 보낸 메일에 친구는 답하지 못한다. 가족조차 연락이 닿지 않는 그의 소식을 저자는 여전히 기다린다. 푸른 하늘만큼이나 시린 가슴을 안고 저자는 아직도 그렇게 기다린다.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는 그의 이야기가 가슴을 쿡쿡 찔렀던 것은 여행길에서 만난 작은 인연도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었을까.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우리의 가슴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공연히 쓸쓸해져 눈물이 난다.
 
아무것도 없는 고원길을 지나 도착한 티베트. 자신들은 독립국가라 주장하지만, 중국정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가슴 아픈 시간속에 티베트는 존재한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티베트인들이 그들의 순박함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와 같이 나도 함께 빌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티베트인들의 조장풍습과 오체투지(五體投地)였다. 티베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시체를 조장터로 가지고 간다. 돔덴(조장을 집행하는 사람)은 시체를 난도질해서 독수리등의 새들이 먹기 쉽게 해놓고 새들이 다 먹기를 기다린다. 남은 뼈들과 두개골을 돔덴이 가루로 만들면 다져진 뼈마저도 새들의 먹이가 된다. 한 나라의 풍습이므로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조장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승의 인연을 버리고 새들처럼 훨훨 날아 다른 세상으로 가라는 의미일까. 하지만 아무리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 해도 사진으로 얼핏 본 그 모습에는 꺼림칙함만이 느껴졌다. 그 반대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의 사진은 내 마음을 경이롭게 했다. 오직 종교를 위해, 자신의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렇게 자신을 내던질 수 있다는 것. 티베트는 경이와 존경과 약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문화로 가득차 있다.
 
여행을 하면서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여행하는 곳의 풍습을 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과 여행 중간에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인 것 같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도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빛나는 밤을 기대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여행의 이유를 여행의 목적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새삼 나는 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가에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모두 떠나니까? 그냥 가고 싶어서? 목적 없는 여행은 목적 없는 삶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계획을 세워서 내가 여행 안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 여행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저자를 달뜨게 했던 티베트 여행길. 언젠가는 나도 그의 행적을 밟으며 티베트라는 나라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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