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라,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권태현 지음, 조연상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아무리 책이라도, 누군가 나에게 "~다, ~은 ~이다,~해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듯한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책은 다른 사람의 생각은 어떠한가를 알기 위해 읽는 것이지, 그 사람의 생각대로 내가 살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한 주제에 관해 마치 세상 모든 일을 알고 있는 사람마냥 말하는 사람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러한 내 생각도 그저 나의 아집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그저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며 넘어가면 될 것을. 그렇게 생각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을 만나서인지 나는 생각보다 편하게 글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나운서이고, 개그맨 유재석의 연인으로 유명한 나경은 아나운서가 심야 라디오에서 낭송했던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한참 사람의 감성이 살아 움직이는 새벽, 고요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읽혀지는 이 글들을, 그 밤에 깨어있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들었을까. 나는 한창 내 마음이 격한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면서 이 글을 읽었다. 마음이 허해서 신에게 기도하는 것을 제외하고, 무언가 내 마음을 움켜쥐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억하지 못하는 나경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아니라, 내 자신의 목소리로. 

나는 과거를 계속 되감기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내가 실수했던 것, 잘못했던 것,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여긴 것을 끊임없이 반추하면서 내 자신을 고문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거들이 제발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좋은 기억이든, 싫은 기억이든 과거는 우리 삶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반석이 되어준다는 것을. 언젠가는 과거가 될 현재를 내 마음 안에 꼭꼭 다져 넣고 싶다. 

작가는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만이 패배자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말은 쉽다!-라고. 나는 용기가 부족하다. 될 수 있으면 내가 성공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한 삶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는지를 나는 또 알고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막연한 생각만으론 안 된다. 두려워하지 않고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용기는 그 동안 자신이 노력하며 쌓아온 저력과 잠시도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이 함께 만났을 때 제대로 그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실패하는 순간에도 배우고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축적해둘 수 있어야 한다. -p165

책은 나의 모습들로 가득하다. 거절 못하는 나, 오해하는 나, 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나, 습관적으로 생활하는 나, 상상을 즐기는 나,  미소짓는 나.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키워드들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라 내 자신의 모습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삽화들이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해서 외롭고 갈 곳 없는 내 마음을 가만히 껴안아 주는 것 같아서 그 순간만큼은 내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공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내 옆의 누군가가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껴준다는 것.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 그럼으로써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것. 책을 읽는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표지에서 새 두 마리가 서로를 응시하며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내가 다른 누군가와 공감할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게 준 든든함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당신의 편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공감지대를 형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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