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 신전의 그림자
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고대 이집트인들의 신앙은 아주 다양하고 복잡했어요. 우리 개념의 일신교 같은 건 그 시절엔 없었으니까. 지방마다 다른 신을 섬기는 건 보통이었고, 심지어는 신관들 사이에서도 분파가 아주 많아서 여러 형태의 밀교도 성행했지요. 그런 밀교 중 하나가 아포피스와 수코스 그리고 아누비스를 합해서 하나의 신 토트로 만들고, 경쟁자인 태양의 신 라(Ra)와 대결하는 위치에 놓은 거예요  -p323

토트는 고대 이집트신화에 나오는 지혜와 정의의 신으로, 이집트어 타후티(Djehuty)를 그리스어로 음역한 것이라 한다. 원래는 달의 신으로 달력의 계산을 주관하는 신으로 생각되었으며, 흔히 사람의 몸과 이비스 새 (따오기 종류) 의 머리를 가진 서기관으로 표현된다.《사자의 서(書》의 오시리스 신화 속에서는 사자의 심판 때 명부의 신 오시리스 앞에서 사자의 심장을 저울에 달아 그 무게를 기록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전해진다.(-출처 : 네이버)  어렸을 때부터 이집트 신화에 관심이 많아 이집트 관련 서적을 몇 권 가지고 있는 터라, 이번 책은 그냥 넘겨 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도 그러라고 정해준 적은 없지만, [이집트, 오시리스, 이시스, 스핑크스, 아몬 라..] 등등의 단어가 들어간 책은 무조건 나의 수집 대상이다. 게다가 신전 그림이 쾅 찍힌 표지는 나를 부르는 손짓처럼 느껴졌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여의고 킨케이드 영지에서 홀로 고고학을 연구하는, 아름답고 총명하고 씩씩하며 올곧은 새라 킨케이드. 하지만 자신의 대부이자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모티머 레이던 박사의 요청으로 런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떠난다. 살인 현장에 토트를 상징하는 상형문자가 피로 그려져 있어 고고학에 정통한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레이던 박사까지 괴한의 습격을 받고 납치당한다.  프랑스인 모리스 뒤 가르와 사건을 조사하던 새라는 배후에 음흉하고 막대한 토트신의 밀교가 숨어있음을 눈치채고, 그들을 찾아내기 위해 토트의 책을 찾으러 이집트로 험난한 모험을 떠난다. 

 아마도 과거가 우리를 그토록 사로잡는 이유는 매일매일, 매순간 순간 우리가 과거를 호흡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111

고고학자인 새라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토트의 책을 찾아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구절이다. 고등학교 때 나 역시 역사관련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때 한 선생님이 '너는 왜 역사가 좋으니?'라고 물으셔서 '그냥 좋으니까요. 공부하고 있으면 즐거워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역사를 좋아하고, 한 때는 나도 고고학자가 되어 보겠다고 큰소리 탕탕 치던 나는 지금은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지금 선택한 길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씩씩한 새라가 열심히 발굴을 하러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문득 예전의 내 꿈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소설이라지만 이런 종류의 책에 정신을 못차리고 덤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하지만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하나는  새라 아버지와 새라의 과거를 계속 언급하면서도 그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곧 무슨 이야기가 나오겠지 하면서 기대했는데도, 결국 책에서는 새라 아버지가 죽게 된 경위와 왜 새라가 그것에 죄책감을 갖는지,  새라가 잃어버린 어린시절의 기억에 숨어 있는 사건은 무엇인지 전혀 밝혀주지 않는다. 작가가 2편을 낼 생각이 아니라면, 이야기의 구조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하나는 프랑스인으로 그려지는 뒤 가르의 대사가 '리엥, 아무것도'라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프랑스어만으로 나타내고, 괄호안에 (아무것도)라고 나타내는 편이 독자들이 읽기에는 더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역사 미스터리라고 선전문구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엄청난 미스터리와 스릴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숨가쁜 추격신도 물론 등장하지만,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일종의 모험 소설에 가깝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인디아나 존스] 라고나 할까.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재미있었다. 구덩이에 빠지고, 뛰고, 총싸움하고, 또 위기에 빠지면 멋진 사막의 아드님이 나타나셔서 구해준다. 이집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신화적인 이야기가 담긴 것도 무척 흥미진진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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