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의 수수께끼 - 흥미진진한 15가지 쟁점으로 현대에 되살아난 중국 역사
김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중국 역사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건 대학 3학년 때였다. <동양문화예술사>라는 사학과 수업에서 그림과 조각을 중심으로 한 동양의 역사를 배웠는데, 그 중에서 중국의 그림과 유물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눈에 띄었다. 긴 세월만큼이나 많은 예술가와 정치가, 그리고 신비함을 감추고 있는 중국. 하지만 나에게 중국은 그저 동북공정같은 음흉한 음모나 계획하고, 빈부격차가 큰, 세계의  많은 나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은 그저 동북공정을 계획한 그들의 치졸함에 분노하고 그러면서도 그들이 남긴 그림과 조각에 감탄하며,  유물을 보러 여행이나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렇게 단순하게 세계를 생각했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진다. 

 흔히 역사 관련 책이라고 하면 시대상으로 중요한 사실을 죽 나열한 것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나도 유구한 중국의 역사를 모두 말할 수는 없으니, 시대적으로 중요하고 획기적인 사실만을 단순히 실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관점에서 책은 내게 새로운 사실을 차근차근 이야기 해준다. 권력이양의 방법인 선양에서부터, 중국의 황제와 우리나라 역대 왕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비교한 역대 제왕의 빛과 그림자, 제왕들의 엽기 취미, 송태조 조광윤, 명군과 수명의 함수관계, 대운하의 역사, 물과 천하의 관계, 사막, 나가촌 유적, 진시황릉의 병마용갱, 화폐, 고대 중국 공무원, 제갈량, 동북공정에 대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새로운 내용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사막과 나가촌 유적, 제갈량에 대해 다룬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사막에 물이 흐를 것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사막 밑에 타클라마칸 사막 전체를 36m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의 지하수가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사막에도 눈이 내리고, 물난리가 나는 등 사막은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모래바람, 모래폭풍 등으로 재난도 가져다준다. 당장 우리에게도 봄만 되면 황사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으니,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사막화라는 재앙을 초래한 것은 바로 인류 자신이다. 무분별한 경작과 방목, 삼림 남벌, 수자원 남용, 지구 온난화 등 탐욕스러운 인간활동의 결과가 사막화를 불러왔다. 여기에 인구 증가, 특히 건조지대의 급속한 인구 증가도 사막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막에 매몰된 고대 문명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p136
라며 우리에게 경고한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그저 한낱 먼지와 같을 뿐이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히 사용하고, 지킬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그런 대자연에 의해 피해를 입은 곳이 '나가촌 유적'이다. 나가촌 유적은 동방의 폼페이로 불릴만큼 사람들의 유해가 그 당시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매우 자세히 보여준다.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유골,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유골, 그리고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를 품에 꼭 안은 어머니와 품에 안긴 아이의 유골까지..책에는 사진도 자세히 나와 있었는데, 보고 있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우리도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무분별한 자원의 남용과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탓에 끔찍한 비극을 맞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새삼, '지구를 지키자'라는 표어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제갈량은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근하게 느낄 인물일 것이다. 그 친근한 인물이 새롭게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얼마 전 우리가 대선을 치루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에 의하면 제갈량은 청렴하고 공명정대한 사람으로 자신의 재산 내역을 보고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아들과 손자에게까지 그의 그런 정신은 계속 이어졌다고 하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로서, 또 그 지도자를 옆에서 이끌어 갈 인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은 청렴결백과 자신에게 엄격한 통제력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세상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사람에게 장점과 단점은 있게 마련이므로, 제갈량의 좋은 점을 자신의 장점과 잘 버무려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정치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지만, 내용은 매우 알차다. 사진과 도표로 내용을 한 눈에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고, 새로운 시점에서 본 역사서라 그런지 신선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지구촌이라고 일컬어지는 지금의 세계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르는 데에 역사 공부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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