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비채>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현대판 카인과 아벨, 가족이라는 이름의 족쇄]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오스. 잔혹한 비밀과 죽음들을 뒤로 하고 8년이란 시간이 흐른 현재, 로위와 칼 형제는 수많은 무덤들 위에 올라서서 오스의 왕으로 군림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그러나 마을을 우회하는 도로 건설이 논의되며 형제가 생각하던 왕국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형제의 죄를 의심하는 보안관 쿠르트는 오프가르 형제의 뒤를 바짝 쫓아오기 시작해요. 언제나처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 로위. 그는 형이었고, 이미 죄를 지었으며, 그런 죄를 또 짓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테니까요.
로위와 칼은 형제.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결코 끊을 수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핏줄. 그들이 이룬 킹덤이라는 지옥 속에서 로위는 그저 누군가를 죽이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섀넌이라는 배신의 칼을 휘둘렀던 로위는,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듯 해요.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에서 통용되는 정의가 아니라 자신과 칼을 지키기 위한 반격입니다. 살아남을 것, 동생을 지킬 것, 과거의 범죄가 드러나게 해서는 안 될 것. 오직 그것만이 그가 세상을 사는 이유였어요.
평생을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 예상했던 로위 앞에 나탈리가 나타납니다.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그녀를 알아차리고 무심히 내밀었던 손길이 사랑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녀의 등장을 기점으로 로위와 칼의 관계는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형제를 위협하는 요소가 다른 무엇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로위는 이전과 다름없이 무심하게, 그들 앞을 막아서는 모든 것을 파괴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시작된 형제 사이의 균열은 더 이상 막을 수 없고, 로위의 마음 속에 마침내 가족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숙고하게 되죠. 로위의 중간이름이 '칼빈'이고 칼의 미들 네임이 '아벨'이라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형제의 결말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어보신 독자라면 아시겠지만, 작가는 주인공에게 결코 자비롭지 않아요. 이제 제발 그만!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한 인간이 이렇게도 큰 비극을 겪을 수 있고,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로위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이런 따뜻한(?) 결말을 내려주시다니, 가히 은총이라 부를만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