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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평점 :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해피북스투유>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인어공주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는 꿈과 환상, 그리고 위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는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을만큼 굉장히 인기있는 이야기죠.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왕자와의 사랑을 이루고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비극적인 여주인공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왕자의 곁에 있고 싶어서 아름다운 목소리 대신 다리를 얻었지만, 왕자가 다른 나라 공주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사랑을 시험당하다가 끝내는 물거품으로 변해버리니까요.
저도 어렸을 때는 인어공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라푼젤 등의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어요.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내고 기다리다보면 멋진 왕자님이 짜잔-하고 나타나 행복한 삶을 선물해준다는데, 소녀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 정도가 되었을 때부터는 이런 이야기들의 터무니없음에 조소를 날리게 되었습니다. 사랑이 뭐라고, 남자가 뭐라고 자기 목소리와 다리를 바꾸지, 나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거야! 라고 굳게 결심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러나, 바로 그런 것이 사랑인 것을요.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바꾸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은 마음. 누구는 어리석다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 혹은 진정한 사랑에 빠질까 두려운 사람의 방어적인 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어공주를 닮지 않겠다 했던 저의 마음은, 왕자를 향한 원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까요. 인어공주처럼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왜 그런 인어공주의 마음을 몰랐던 것인가에 대한 왕자에 대한 미움이 공연히 인어공주 탓을 하게 된 거였더라고요.
아오야마 미치코의 [인어가 도망쳤다]에는 사라진 인어공주를 찾아 헤매는 왕자가 등장합니다. 동화 속에만 존재하던 그 왕자요! 그는 도망친 인어를 찾아 헤매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고 있다는 것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왕자를 만난 여러 사람들은, 인어공주에 대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견해를 바탕으로 현실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죠. 연인과의 사랑, 가족 간의 애정,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 등등, 생각보다 인어공주를 바라보는 관점들이 다양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아오야마 미치코를 알게 된 것은 [도서실에 있어요]라는 작품을 통해서였습니다. 워낙 도서실을 좋아하는데다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너무 좋아 그 후로 챙겨보게 되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는 꾸준히 서점대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서점 대상은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직접 작품을 읽고 부여하는 상인데요, 서점 직원들로부터 '정말 재미있다!'라는 평을 받는 것도 정말 대단한 영광 아닐까요. 5년 연속 노미네이트 되던 작가가 2025년에는 서점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저에게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져 몸도 마음도 웅크리게 되는 요즘,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로 마음만은 따스한 겨울을 맞이하시기를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