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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평점 :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리드비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살아있다, 살아왔다는 것의 무게]
집으로 돌아오던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가 납치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상한 것은 범인의 요구. 돈을 준비하라고는 하지만 언제 어디서 그 돈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사항은 모호한 상황 속에서 또 한 건의 유괴가 발생하죠. 납치당한 아이는 네 살 기시모토 료.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이는 외조부모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긴박한 구출 작전 끝에도 아이는 결국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로부터 3년, 아이가 돌아옵니다. 그리고 30년 후, 어느 유명 화가가 기시모토 료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침내 사건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그 날, 료가 사라진 이후 여전히 사건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근무와는 별개로 사건을 조사하던 친한 형사가 병사한 후, 정년을 앞둔 기자 몬덴 지로는 운명처럼 다시 30년 전의 진상을 좇게 됩니다. 유명 화가가 된 료가, 납치 용의자로 의심받는 사람의 가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몬덴 지로는 우직한 발걸음을 옮겨 차근차근 관련자들의 행적을 밟아나가죠. 사건의 진실도 진실이지만 저는 이 과정이, 한 기자의 인생 전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숙연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가장 큰 의문은 납치된 아이가 끝내 밝히려 하지 않는 3년의 공백이었습니다. 기자로서 근무했던 역량을 십분 발휘하면서 작가인 시오타 다케시는 그 3년의 시간과 무게를 굉장히 묵직한 감각으로 그려냅니다. 여타의 미스터리물처럼 자극적인 결말을 기대한 독자라면 낯선 분위기였을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그 3년의 공백을 통해 존재의 무게감을, 살아있다는 것, 살아왔다는 것의 대단함에 대해 전달해요.
마지막의 가슴 뭉클함과 살짝 찌르는 듯 하기도 한 아픔은 당연한 것이었어요. 한 권의 책이 전달하는 묵직한 감동.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